칼럼 [파리에 살아야 할 몇 가지 이유] Ep.46 '결혼 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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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05-19 01:23 조회 434 댓글 0본문

결혼은 세상에서 가장 사적인 일이면서 동시에 가장 공적인 일이다. 우리는 신 앞에서, 시청 공무원 앞에서, 모여든 지인들 앞에서 서로를 배우자로 선언하고 계약서에 서명한다. 사회가 사랑에, 아니 결혼에 개입해야 하는 이유는 아마 이들이 곧 아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재생산 능력은 대개 경제와 연결된다. 요즘 사람들은 남녀가 결혼하면 혼자 살 때 누리던 자유, 수입, 시간 같은 것을 잃는다고 경고한다. 아이를 낳으면 하나 더하기 하나가 하나가 된 것도 모자라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는 식의 계산도 결혼을 망설이게 한다. 그러나 부부가 일심동체라 해도 인간은 결코 타자와 완전히 하나가 될 수 없다. 또한 그런 계산은 아이가 태어나면 비로소 부모도 함께 태어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오늘날의 결혼은 무엇보다도 경제 공동체로 이해된다. 결혼 과정에서 허례허식을 덜어내려는 움직임도 대개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한다. 마치 오래된 부당함을 바로잡듯 풍속이 변해온 것처럼 보이지만, 결혼 산업은 장례 산업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낯선 영역으로 들어가는 격렬한 통과의례다. 우리는 그 복잡한 여정 앞에서 결국 전문가에게 의지하고 싶어진다.
한국에서의 결혼은 모든 산업이 그렇듯이, 유행을 따라 효율적으로 압축되고 조금씩 일그러져 왔다. 공장에서 찍어 밀어내듯 반복되는 결혼식은 어떤 화려한 변주도 금세 따분하게 만들었다. 예식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옮겨간 식사 자리는 빠른 회전율을 자랑하고, 그 북새통 속에는 때때로 다음 예식 커플과 그 하객들까지 뒤섞여 있다. 하루 종일 이동하고, 지시받으며 이리저리 치이는 신랑과 신부보다는 예식 자체가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이 모든 과정은 결국 축복의 증거물, 이름과 숫자가 빼곡히 적힌 장부 하나를 남기기 위한 것이다. 고백하건대 나는 15분 남짓한 프랑스의 소박한 시청 결혼식을 보며 처음으로 결혼이라는 것이 해봄직한 일이라고 느꼈다. 요란하지 않은 순서 하나하나가 신랑과 신부가 자기 인생의 계획을 주체적으로 실현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다. 미래는 논쟁의 여지없이 더 광대하다. 결혼식에서 모두가 기뻐하는 이유도 그것이 이미 실현된 무엇이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결혼식의 음식과 술, 장식과 꽃, 그리고 모든 낭비는 우리를 꿈꾸게 하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드는지를 확인시켜 준다.
비교적 소박한 결혼식 문화를 가진 프랑스도 피로연만큼은 진심이다. 결혼의 세 번째 의식이라고도 불리는 이 행사는 저녁에 시작해 아침까지 이어지는, 어쩌면 결혼식의 진짜 본체에 가깝다. 일반적으로 장소 선정부터 부케나 작은 소품까지 한 땀 한 땀 손수 준비하는 경우가 흔하니 가능한 모든 인맥과 노동력을 동원해야 한다. 그러니까 한국 결혼식의 축의금 장부만큼 중요한 것이 프랑스 피로연의 초대 명단이다. 긴 시간 동안 사고 없이 적절한 긴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거의 정치 외교의 기술이 필요하다. 또 프랑스에서는 축의금보다 결혼 선물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의미하게 하객 수를 늘렸다가는 난해한 물건들만 잔뜩 쌓이기 쉽다. 애매한 선물들은 신혼집 한구석에서 재활용되기를 기다리며 부부를 오랫동안 애먹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결혼식 영수증을 끊어보면, 피로연만큼은 아름다운 사치라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우리를 일상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분리해낸다. 취기가 올라 그다지 현명하지 않은 조언과 헛된 토론들 사이로도 사랑과 미래에 관한 상상력 풍부한 이야기들이 오간다. 신부가 입은 드레스 디테일은 벌써 흐릿하지만, 슈 페이스트리를 원뿔탑처럼 높이 쌓아 올린 피에스 몽테와 화려한 디저트의 달콤함은 한동안 잊히지 않을 것이다.
<윤영섭 0718sam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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