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드 폼에서 열리는 마틴 파, 조 랙틀리프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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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 시대의 균열을 비추다'

©️한지수
주 드 폼(Jeu de Paume)은 현대 사진과 영상 예술을 전문으로 하는 미술관이다. 원래 1861년 테니스 경기장으로 지어졌으나, 이후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이름을 그대로 유지했다. 현재는 현대 사진, 비디오 아트, 멀티미디어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를 기획하며 사진과 영상 예술을 독립적 예술 장르로 조명하는 데 집중한다. 현재 영국 사진가 마틴 파(Martin Parr)의 《Global Warning》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 조 랙틀리프(Jo Ractliffe)의 《En ces lieux/ Out of Place》두 개의 전시가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서로 다른 궤적을 지닌 두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오늘의 세계를 응시하며 사진이라는 매체가 담아낼 수 있는 사회적 깊이를 확장한다.
유쾌함 뒤에 숨겨진 경고, 마틴 파
마틴 파 전시는 1970년대 말 초기 흑백 작업부터 최근작까지 약 180점을 통해 그의 작업 세계를 조망한다. 그는 휴가, 소비, 관광 같은 일상의 장면을 집요하게 포착해왔다. 그가 기록한 것은 일반적인 풍경이 아니라 인간의 생활 방식이 만들어낸 불균형과 모순이다. 전시는 다섯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며 대량 관광, 소비주의, 기술 의존, 인간 중심적 사고 등을 다룬다. 이 다섯 개의 주제는 결국 기후 변화의 원인과 맞닿아 있다. 인간의 행동이 환경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그 구조를 사진을 통해 보여준다.
마틴 파의 사진은 처음에는 웃음을 자아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삶의 방식을 향한 묵직한 질문으로 바뀐다. 유쾌한 색채와 강렬한 플래시 뒤에는 날카로운 통찰이 숨어 있어 익숙한 장면을 낯설게 뒤집고 무심코 지나친 일상의 이면을 환기한다. 영국 특유의 풍자 전통을 잇는 그의 시선 안에서 웃음과 비판은 늘 함께 팽팽하게 맞서며 결국 기후 변화와 소비 사회가 빚어낸 구조 앞에서 관람객 스스로 자신의 일상과 선택을 되돌아보게 한다.
풍경에 새겨진 기억, 조 랙틀리프
한편 조 랙틀리프의 개인전은 ‘장소’를 중심 개념으로 삼는다. 케이프타운에서 태어난 그녀는 식민주의와 아파르트헤이트의 유산, 그리고 앙골라 내전 등 역사적 폭력이 남긴 흔적을 탐구해왔다. 그녀의 사진은 사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비어 있는 공간, 침묵하는 풍경을 통해 존재와 부재의 관계를 드러낸다. 관람자는 이미지 표면 너머에 숨겨진 기억과 서사를 스스로 읽어내게 된다.

©️한지수
초기 작업에서는 거리와 일상의 순간을 포착하며 사진 언어를 탐색했고 이후 강제 이주와 전쟁의 흔적이 남은 장소를 기록하며 작업을 확장했다. 특히 앙골라 연작에서는 지뢰와 폐허, 공동묘지 등을 통해 폭력이 남긴 보이지 않는 흔적을 포착한다. 이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풍경 자체를 하나의 기억의 장으로 읽어내려는 시도다.
두 개의 시선, 하나의 질문
마틴 파와 조 랙틀리프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업하지만 결국 같은 질문에 도달한다. 우리는 어떤 세계에 살고 있으며 그 흔적은 어떻게 남는가로 마틴 파가 일상의 과잉과 소비를 통해 현재를 드러낸다면, 랙틀리프는 침묵하는 풍경을 통해 과거의 잔재를 호출한다. 하나는 과잉의 이미지이고 다른 하나는 결핍의 이미지다. 두 전시는 사진이 사회와 역사, 그리고 인간의 삶을 사유하게 하는 매체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전시 정보
●전시 기간: 2026년 1월 30일 – 5월 24일
●위치: Jeu de Paume (1 Pl. de la Concorde, 75001 Paris)
●요금: 일반 14€/할인 7,50€ (18-30세, 예술전공 학생)
●운영 시간: 11시 - 19시 (월 휴무)
<한지수 hanjisoo03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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