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전시] 루이 비통 재단,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60년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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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02-10 04:21 조회 324 댓글 0본문
회화의 경계를 시험하다

루이 비통 재단, 게르하르트 리히터 전시에서 ©한지수
루이 비통 재단은 2014년 개관 이후 20세기와 21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들을 꾸준히 조명해 왔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1932– )의 회화를 총망라한 대규모 회고전이 진행 중이다. 1962년부터 2024년까지 제작된 275점 이상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이번 전시는 유화, 드로잉, 사진 회화, 수채화, 강철·유리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작가의 60여 년에 걸친 회화적 여정을 시간 순으로 조망한다.
전례 없는 규모의 회고전
루이 비통 재단은 개관 초기부터 리히터 작품을 소장 및 소개하며 지속적으로 그의 예술 세계를 조명해왔으나 이번 전시는 규모와 작업 연대의 폭 면에서 압도적이다.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독일 드레스덴 출신의 화가로, 현재 쾰른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진 회화에서부터 실험적 추상과 설치에 이르기까지 리히터의 실험적 접근과 지속적인 변화 과정을 한눈에 경험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개인적 기억과 역사적 사건을 교차시키고 회화가 사유와 해석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회화라는 언어에 대한 집요한 탐구
리히터는 언제나 회화 그 자체에 질문을 던져온 작가다. 그는 전통적인 회화 교육을 받았지만 정물·초상·풍경 같은 고전적 장르를 그대로 반복하지 않는다. 대신 사진이나 드로잉이라는 매개를 거쳐 이미지를 변형하고 붓뿐 아니라 나이프와 스퀴지 같은 도구를 사용해 회화의 물질성과 가능성을 실험해 왔다. 그의 작업은 사실과 추상, 의도와 우연을 넘나들며 한 가지 스타일로 고정되지 않는다.

루이 비통 재단, 게르하르트 리히터 전시에서 ©한지수
사진에서 출발한 회화, 재현을 흔들다
전시 초반부에서는 사진을 바탕으로 한 초기 회화가 소개된다.「탁자」,「루디 삼촌」, 「마리안네 이모」 같은 작품들은 개인적 기억과 독일 현대사의 그림자를 동시에 불러낸다. 이어지는「48인의 초상」은 재현에 대한 질문을 전면화한 작품이다. 작가는 번짐 기법, 색상표, 회색 회화를 활용해 그림이 꼭 현실을 흉내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미지의 재현보다는 색과 표면, 회화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를 사유의 대상으로 삼으려 한 것이다.
추상, 그리고 역사와의 대면
1970년대 후반부터 리히터는 추상 회화에 본격적으로 몰두한다. 이 시기의 작업은 붓질과 색면 자체를 주제로 삼으며 회화의 표면을 면밀히 탐구한다. 동시에「1977년 10월 18일」연작과「비르케나우」연작에서는 독일 현대사의 비극을 직접적으로 다룬다. 특히「비르케나우」연작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촬영된 사진에서 출발해, 말이나 이미지로 그대로 보여줄 수 없는 역사적 비극을 추상 회화로 옮긴 작품이다.
유리와 우연, 회화의 확장
2000년대 이후 리히터는 유리라는 매체를 통해 회화의 경계를 확장한다. 쾰른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에서는 4,900가지 색을 무작위로 배열하는 방식을 택해, 우연이 지배하는 색과 빛의 구조를 구현했다. 이는 유리 위에 래커(광택용 페인트)를 칠해 색과 빛이 우연히 번지고 겹치도록 하는 회화 실험으로 이어지며 회화가 캔버스를 넘어 유리라는 새로운 표면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드러낸다.
지금도 계속되는 실험
최근 리히터는 책상에서 드로잉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날짜가 기록된 드로잉은 그의 작업이 연속적인 흐름이 아닌, 시간의 묶음 속에서 형성됨을 드러낸다. 이 작업에서 그는 선과 프로타주, 음영 등 다양한 기법을 실험하며 특히 우연한 손의 움직임과 잉크의 흐름을 출발점으로 삼아 드로잉 매체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리히터는 이렇게 탐색을 이어가며 회화가 지닐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관객에게 사유의 여지를 남긴다.
전시 정보
●전시 기간: 2025.10.17. – 2026.3.2.
●위치: Fondation Louis Vuitton
(8 Av. du Mahatma Gandhi, 75116 Paris)
●요금: 일반 16€/ 할인 10€(18-25세, 학생)/ 매주 목요일 학생 무료
●운영 시간: 11시 - 20시 (화 휴무)
<한지수 hanjisoo03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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