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프 수교 140주년, 광복절을 다시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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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한인회, 현실적 여건으로 제81주년 광복절 기념행사 생략
-100여 년 이어온 프랑스 한인사회의 역사와 광복의 기억
-동포사회의 관심과 참여도 필요

이미지: AI 생성
지난 8월 15일 제81주년 광복절에 프랑스 한인사회에서는 광복절 기념행사가 열리지 않았다. 한인회는 7월 말 여러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올해 광복절 기념행사를 부득이 생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인회가 밝힌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8월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휴가철로 많은 교민이 파리를 떠나 있어 행사 참여가 저조하고, 정부의 재외동포 기념행사 지원이 삼일절과 광복절 가운데 한 행사에 한정돼 광복절 행사를 자체 재정으로 치러야 하는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광복절 행사 재개에 힘을 보탰던 청솔회 원로 회원들의 참여가 크게 줄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행사를 직접 준비하고 운영해야 하는 한인회의 입장에서 이러한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장소와 비용, 인력은 물론 참석자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매년 행사를 이어가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제81주년 광복절 기념행사가 열리지 않는다는 소식은 아쉬움을 남긴다.
광복절은 단순히 한 해의 여러 행사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일제강점기를 끝내고 나라를 되찾은 날을 기념하며, 그 과정에서 희생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를 기억하는 대한민국의 국경일이다. 해외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고국의 역사와 우리의 뿌리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날이기도 하다.
특히 프랑스 한인사회에서 이러한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현재 프랑스한인회의 근간이 된 재법한국민회는 100여 년 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조국의 독립을 잊지 않았다. 프랑스에 정착한 초기 한인들은 열악한 생활 여건 속에서도 1920년 제1회 삼일절 기념식을 열어 독립의 뜻을 기렸다. 오늘날과 같은 안정된 생활 기반도, 충분한 재정도 갖추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그 역사를 돌아보면 여러 현실적인 사정으로 올해 광복절 기념식이 열리지 못하게 된 것은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물론 100여 년 전의 상황과 오늘을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다. 과거의 어려움을 들어 오늘의 한인회에 무조건 행사를 개최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시대가 달라졌고 한인사회의 모습도 크게 변했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은 남는다.
기념식의 의미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석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일까.
성대한 공연이나 식사가 없어도 좋고 참석자가 많지 않아도 좋다. 몇십 명이 모여 국민의례를 하고 순국선열을 기리며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은 기념식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규모와 형식을 달리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청솔회 원로 회원들의 참여 감소 역시 한편으로는 프랑스 한인사회의 세대교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랫동안 광복절을 기억하고 지켜온 원로들이 고령으로 행사장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면, 이제는 그 기억을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넘겨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은 아닐까.
특히 올해는 한·프 수교 14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한국과 프랑스가 지난 140년의 관계를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이야기하며 다양한 기념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프 수교 140주년과 광복절은 물론 서로 다른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양국의 외교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의 광복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그러나 두 기념일에는 지나온 역사를 기억하고 그 의미를 다음 세대에 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양국이 140년의 역사를 돌아보는 올해, 프랑스 한인사회 역시 100여 년에 걸쳐 이어져 온 우리의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앞으로 이어갈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올해 광복절 기념행사의 부재는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광복절의 기억, 한인회와 동포사회가 함께 이어가야
하지만 이 문제를 한인회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도 온당하지 않을 것이다.
한인회가 밝힌 재정적인 어려움에는 결국 우리 동포사회의 현실도 담겨 있다. 정부 지원금만으로 한인회의 모든 행사를 운영할 수는 없다. 한인회가 동포사회를 대표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주기를 바란다면, 한인회를 지탱하는 교민들의 관심과 참여 역시 필요하다. 또한 한인회 역시 동포들의 참여가 부족하다는 현실에 머물기보다, 더 많은 한인이 관심을 갖고 함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젊은 세대와 한인 2·3세까지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행사 방식과 소통 방법을 새롭게 고민하는 것도 한인회의 중요한 역할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광복절 기념행사 생략은 한인회뿐 아니라 프랑스 한인사회 전체가 함께 생각해볼 문제인지도 모른다.
한인회는 한인들이 공동체의 역사와 의미 있는 행사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한인들 역시 한인회비 납부와 행사 참여 등을 통해 한인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탤 필요가 있다. 한인회와 동포사회의 노력이 함께할 때 비로소 우리의 전통과 공동체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광복절 기념식은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마련해주는 행사가 아니다. 우리가 함께 기억하고 다음 세대에 이어가야 할 우리의 역사다. 행사의 규모는 줄어들 수 있고 시대에 따라 형식도 달라질 수 있다. 때로는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한 해 쉬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그 기억을 누구에게 어떻게 넘겨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까지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제81주년 광복절을 맞으며, 그리고 한·프 수교 140주년을 맞은 올해, 이번 행사 생략이 단순한 아쉬움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한인회와 동포사회가 서로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각자의 역할을 돌아보고, 앞으로 광복절을 어떤 모습으로 함께 이어갈 것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한인회에는 광복절의 기억을 이어갈 책임이 있다. 그리고 그 한인회를 지탱하는 힘은 결국 우리 동포들의 관심과 참여에서 나온다.
<파리광장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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