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선 작가, 파리에서 ‘빛의 대화’를 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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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 수교 140주년 공식 기념전, 파리 13구청서 열려
프랑스 작가 이자벨 오제와 함께 빛·시간·물질의 세계 선보여
24일 열린 오프닝에서 자신의 암염화 작품 앞에 선 주명선 작가
9월 14일부터 28일까지 파리 13구청에서 한불 수교 140주년 공식 기념전《빛의 대화(Dialogues de lumière》가 열렸다. 한국 작가 주명선과 프랑스 작가 이자벨 오제(Isabelle Augé)가 ‘빛’을 공통 주제로 서로 다른 작품 세계를 선보이며, 24일에는 전시 오프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한인과 프랑스인들이 참석해 두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예술을 매개로 소통과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주명선 작가는 파리 8대학에서 미학과 미술사, 사진·현대미술·미디어를 공부했으며, 암염을 주요 재료로 한 ‘암염화’를 비롯해 암염식물·암염보석 등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파리 출신의 이자벨 오제 작가는 렌 국립미술학교에서 수학했으며, 2000년부터 본격적인 회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두 작가의 작업은 ‘빛’을 공통분모로 삼으면서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펼쳐진다. 이자벨 오제가 푸른색과 빛의 변화를 통해 고요하고 사색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면, 주명선은 빛과 습도, 온도, 시간 등 자연의 조건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붓을 놓는 순간부터 작품이 시작’
오프닝에서 만난 주명선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암염은 바다에서 얻는 소금이 아니라 광산에서 채취하는 소금이에요. 나라마다 광산에서 나는 암염이 있는데, 저는 그것을 잘게 깨 작품에 하나하나 붙입니다. 이 과정을 암염을 ‘심는다(Planter)’고 표현해요. 암염은 주변의 수분을 흡수했다가 내뱉으면서 새로운 결정을 만들어냅니다. 온도와 습도 등 주변 환경에 따라 결정의 형태가 달라지고, 작품의 이미지도 계속 변화하지요. 일반적인 회화는 작가가 붓을 놓는 순간 완성됐다고 할 수 있지만 제 작품은 반대예요. 제가 붓을 놓는 순간부터 작품이 시작됩니다. 그때부터 자연이 스스로 작품을 변화시켜 나갑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계속 달라지기 때문에 제 작품에는 완성이라는 것이 없어요. 작품이 누군가의 집으로 가면 그곳의 공기와 호흡하며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합니다. 저는 색과 형태를 통해 작품이 시작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놓고 손을 떼고, 그 이후에는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가도록 둡니다. 그래서 제 작업을 Self-Evolving Art’, 즉 ‘스스로 진화하는 예술’이라고 부릅니다.”
주명선 작가는 팬데믹을 겪으며 정신적인 치유를 줄 수 있는 맑고 순수한 재료를 찾던 중 소금에 주목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정결함을 상징해온 소금으로 작업을 시작했고, 암염 결정이 스스로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서 점차 식물처럼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로 다른 작업 세계, ‘빛’으로 만나다
이자벨 오제 작가와 함께 듀오전을 열게 된 배경에 대해 주 작가는 “저는 소금을 통해 생명성을 표현하고, 이자벨 오제는 빛을 통해 공간을 표현한다”며 “작업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닮은 지점이 있어 함께 전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명선 작가와 이자벨 오제 작가
이자벨 오제 작가는 주명선 작가와 10년 넘게 알고 지내며 함께 전시할 기회를 모색해왔지만, 팬데믹 등으로 미뤄져 왔다며 “한불 수교 140주년과 추석을 기념해 ‘빛’을 주제로 함께 전시하게 돼 뜻깊다”고 말했다.
파리 귀스타브플로베르 중학교에서 한국 아틀리에를 담당하는 안 마리 주아니 교사도 전시장을 찾았다. 그는 “두 작가는 푸른색과 움직임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며 “특히 암염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주명선의 작품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주 작가는 “20여 년을 보낸 파리에 다시 돌아와 작품을 선보이게 돼 뜻깊다”며 “파리에서 쌓은 시간과 기억이 오늘의 암염화를 만들어낸 중요한 바탕이 됐다. 소금 결정이 피어나듯 한국과 프랑스의 인연도 오랫동안 아름답게 이어지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파리광장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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