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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암의 한국 명시 산책] 조운 <古梅(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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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梅


                                                                                               -조운


梅花 늙은 등걸

성글고 거친 가지


꽃도 드문드문

여기 하나

저기 둘씩


허울 다 털어버리고 남을 것만 남은 듯.


뜨거운 송아지를 여남은 마리쯤 받아낸 내 아버지에게 배냇적부터 배운


-조운 시집『조운 시조집』(작가,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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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천재 화가 오원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취화선』(임권택 감독)을 보셨는가? 보셨다면 그 영화 속 여러 장면 가운데 어느 부분이 제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으신가? 내게는 시커먼 고목의 매화나무 등걸이 홍매를 드문드문 피워 올린 장면, 그걸 오원이 그려낸 병풍 그림이 화인(火印)처럼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나는 이 그림 속에 조운의 단형 시조「古梅」를 가만히 얹어본다.「古梅」를 읽으며 그 그림을 마음속에 펼쳐본다. 그러면 오원이 그린 병풍 그림이 내 것인 듯, 조운의 시조가 내가 쓴 것인 듯 지극한 즐거움에 젖어든다. 1947년《조선사》에서 간행된『曺雲時調集』에 수록된 단형시조「古梅」는 조사 하나, 자모 하나 더하거나 뺄 것이 없다. 천의무봉(天衣無縫)이라는 말을 이럴 때에 쓰면 되는 것인가? 종장의 “허울 다 털어버리고 남을 것만 남은 듯”처럼 우리도 이렇게 늙어 가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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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종암(mulgasarang@hanmail.net) 

1999년 동인지《푸른시99》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시집으로《물이 살다 간 자리》로 등단. 발간한 시집은《저, 쉼표들》,《몸꽃》,《꽃과 별과 총》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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