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마레 지구에 새롭게 문을 연 PBG MARAIS 갤러리의 진영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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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광장>과 인터뷰 중인 진영선 대표
지난 3월 파리 마레 지구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PBG MARAIS’ 갤러리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PBG 갤러리’는 한국에 본점을 둔 갤러리로, 이번에 파리 지점을 오픈했다. PBG MARAIS는 '장르를 초월한 인식(Perception Beyond Genre)'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장르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시각과 감각을 제안하는 PBG의 파리 공간이라고 전해왔다. 지난 주까지 개관전으로 《기원 : 미학의 흐름(Genesis: The Continuum of Aesthetics)》이라는 이름으로 최영욱, 하태임, 윤병락, 장마리아, 임미량, 최혜지, 6명 작가의 작품을 전시했다. 퐁피두 센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PBG MARAIS 갤러리를 찾아 진영선 대표를 만났다. 그는 갤러리를 찾은 관객에게 작품 설명을 하고 있었다. 당시 6명의 작가들의 전시라 단체전의 모습을 띄고는 있었지만, 각자 스타일이 다르고 작품 개성이 뚜렷한 작가들의 전시라 개인전 같은 느낌이 들게 배치했다고 진영선 대표는 설명했다. 진영선 대표의 작품 설명으로 전시에 참여한 한국 작가들이 작품 세계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후 진영선 대표는PBG MARAIS 갤러리를 어떤 의도와 목표로 운영해 나갈 계획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파리, 특히 마레 지구에 갤러리를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파리에서 오래 살다 보니 늘 마음 한편에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한국 문화가 이렇게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시대에, 왜 시각예술만큼은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었습니다. 마레 지구는 파리에서도 현대 미술갤러리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곳 중 하나입니다. 퐁피두 센터, 피카소 미술관을 중심으로 수많은 갤러리와 아트 스튜디오가 자연스럽게 모여 있고, 미술을 사랑하는 파리지앵과 전 세계 컬렉터들이 일상처럼 드나드는 동네, 이미 살아 있는 미술 생태계 안에 한국 현대미술의 자리를 만드는 것, 그게 저희 PBG MARAIS의 출발점이었습니다.
-한국 본점과의 관계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PBG 갤러리는 아트페어 또는 해외갤러리들과의 협업을 통해,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 현대미술의 소개에 힘써온 갤러리입니다. PBG MARAIS는 그 연장선에서 전세계의 예술인들이 사랑하는 파리라는 국제 무대에 특화된 공간으로 운영됩니다. 작가 섭외나 전시 방향은 본점과 긴밀히 논의하지만, 현지 운영과 큐레이션은 파리의 맥락에 맞게 바꾸어 이끌어 갑니다. 단순히 한국 전시를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 아니라, 파리 컬렉터와 관객의 시선으로 새롭게 편집하는 작업이 핵심이에요.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파리에서는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거든요.
-이 갤러리 장소가 유서 깊은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실 이 공간을 처음 알게 됐을 때, 높은 층고에서 주는 압도적인 느낌뿐만 아니라 이 공간을 거쳐간 갤러리들의 이력이 저를 설득했어요.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파리 현대미술사의 중요한 장면들이 실제로 이 자리에서 만들어졌거든요.
1977년, 전설적인 현대미술 갤러리스트인 이봉 랑베르(Yvon Lambert)씨가 이곳에서 사이 톰블리(Cy Twombly)의 전시를 열었습니다. 그 전시가 바로 갤러리로서 이 공간의 시작이었어요. 이봉 랑베르는 이후 파리 현대미술 씬의 중심 인물로 자리잡는데, 그 출발점이 바로 이 공간이었다는 것이 저에게는 굉장히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이후로도 이 곳은 안 드 빌푸아(Anne de Villepoix), 뤼디거 쇼틀레(Rüdiger Schöttle), 나탈리 오바디아(Nathalie Obadia), 로랑 고댕(Laurent Godin)처럼 각자의 시대에 파리 화단을 이끌었던 갤러리스트들이 차례로 이 공간을 거쳐갔습니다. 독일 아트 네트워크와의 연결, 글로벌 컬렉터 기반 구축, 다니엘 뷔렌(Daniel Buren)과의 협업까지 — 이 공간은 매 시대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써왔어요.
그 마지막 장을 쓴 것이 갤러리 W였고, 이제 그 바통을 저희 PBG MARAIS가 이어받았습니다. 파리 현대미술의 역사가 켜켜이 쌓인 공간에서, 이번에는 한국 미술의 이야기를 쓰게 된 거죠. 이 공간이 저희를 선택한 건지, 저희가 이 공간을 선택한 건지 — 어느 쪽이든 그 무게가 가볍지 않습니다. 책임감과 함께, 설렘도 큽니다.
-K-미술 위주로 소개하실 것 같습니다.
저희의 목표는 지금 한국영화, 드라마, 음악, 음식들은 많이 알려져 있는데 미술은 너무 편협되게 알려져 있는 것 같아서 좀 더 광범위한 작가들을 소개를 하는 게 저희 목표 고요, 한국에 작가님들, 그리고 여기에 있는 작가님들을 좋은 전시 크리에이터를 통해서 좀 알리고자 하는 게 저희 1차적인 목표이고, PBG 갤러리 이름이 장르를 넘어선 미술을 보여주는 거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기존의 아티스트와 기업체 간의 협업을 해서 기획전들도 많이 합니다. 그래서 패션 같은 다른 분야와도 협업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작품 설명 중인 진영선 대표
-그럼 한인 단체들과의 협업도 생각하고 계신가요 ?
여러 가지 방안은 다 열려있고요 저희의 목적은 가능한 작가님들도 알리고 문화도 알리는 거기 때문에 여러 그런 협업에 열려있어요. 한인 차세대 협회(Jacof)에서 작년에 미술관 투어 제안이 들어와서 마레 지구의 갤러리 투어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너무 좋아하셨거든요. 그래서 이번 개관전에 한인차세대 협회분들이 오셔서 작품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런 교류가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프랑스에서 한국 미술(K-art)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라고 보시나요?
지금 프랑스 내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선, 진지한 탐구의 단계로 진입했다고 봅니다.
가장 큰 변화의 동력은 역시 K-콘텐츠입니다. 프랑스 대중과 컬렉터들은 이미 영화, 드라마, 문학 등을 통해 한국 문화의 깊이와 정서에 흠뻑 젖어 있습니다. 이제 그 관심이 자연스럽게 시각예술, 즉 K-미술로 폭발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결정적인 시기입니다.
과거에는 한국 미술을 낯선 아시아의 변방 미술 정도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전혀 다릅니다. K-아트의 위상 자체가 높아졌고, 한국 작가의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는 단계가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프랑스 관객들은 작품을 철학적이고 미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즐기는데요. 겉보기에는 세련된 현대미술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서양과는 다른 한국인만의 고유한 정서—'동양의 DNA'—가 깊게 녹아있다는 점을 특히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나 작품은 갤러리 목표에 맞게 쟝르 초월이겠네요 ?
맞습니다. PBG라는 이름 자체가 장르를 넘어선 인식을 뜻하니까요. 순수 미술 전시뿐만 아니라, 패션이나 디자인 등 타 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기획전도 적극적으로 선보이면서 예술의 경계를 넓히는 작업들을 계속해서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전시 기획을 파리의 다양한 아트 행사와 연계해 어떻게 구상하고 계신지요 ?
6월에 프렝탕 아지아티크(Printemps Asiatique)라고 아시아의 고미술과 현대 미술을 보여주는 아트 행사도 있고 외부 프로그램으로 갤러리들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거기에 저희 참여를 하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외부 기획 프로그램으로 허명욱, 이상민 작가님이 참여하세요. 이상민 작가님 같은 경우에는 전통 작업도자기들을 유리를 통해 재해석하여 선보이는 작품을 하시고 허명욱 작가님은 옻칠의 기법을 이용하신 작품을 보여주세요. 한국의 고유한 정체성, 본질, 문화적 특징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에요.
-프랑스 컬렉터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나요?
한국과 프랑스는 컬렉팅하는게 달라요. 한국은 유행을 타서 컬렉팅을 하시는데, 어떤 작가가 유행이다하면 판매가 되는데, 여기는 각 컬렉터들 마다 좋아하시는 스타일이 있어요. 그래서 자주 비슷한 작품을 구입을 해요. 저도 관계를 유지한 컬렉터들이 계시지만 각각의 컬렉팅이 좀 달라서 그게 바로 판매까지 이어지지는 않아요. 저희는 이거를 더 키우는 목적이에요.
예전에 파리 가나화랑에서 일을 한 적이 있는데요, 당시의 가나화랑과 지금의 PBG가 다른 점은 한국에 대한 시선이 달라진거에요.
예전에는 가격 앞에서 한참 머뭇거리시던 분들이, 이제는 당연한 가치로 받아들이시더라고요. K-아트의 무게가 달라진 거라고 느꼈습니다.
-이번 개관전에서 현지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
현지인들 반응은 저희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너무 좋았어요. 지금 여기 전시되어 있는 작가님들 작품은 한국에서 구하기가 힘들어요. 워낙 유명한 작가님들이라 작품 가격대가 높아요. 그래서 처음부터 바로 판매까지 될 거라고는 기대를 하지는 않습니다. 근데 생각 외로 진짜 많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그다음에 제가 너무 반가웠던 것 중에 하나는 제가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하면, 당신들이 드디어 영화와 드라마를 넘어서 K-미술을 보여주는군요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현대미술인데 여기서는 못 느끼는 한국의 감성이 녹아있다는 얘기를 해주셔서 저도 굉장히 감동을 받았어요.
-한국 작가뿐 아니라 프랑스 및 외국 작가 전시도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
배제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금 이 시점에서는 한국 미술을 파리에 제대로 뿌리내리는 것이 우선입니다. 어느 정도 그 토대가 갖춰지면, 한국 작가와 프랑스 혹은 다른 나라 작가의 협업 전시나 대화 형식의 기획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PBG의 철학이 '장르를 넘어선다'는 것인 만큼, 국적의 경계도 결국은 넘어서게 될 것입니다.
-대표님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 가는 작품 스타일이나 작가가 있다면?
특정 작가보다는 스타일로 말씀드리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저는 한국 고유의 재료나 기법 — 도자, 옻칠, 채색화 — 을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는 작업에 늘 마음이 갑니다. 뿌리는 깊이 내리되 형식은 동시대적인 작업들이요. 또는 작가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현재의 삶을 보여주거나, 새롭게 재해석하여 제안하는 작가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점이 파리 관객에게 가장 강하게 닿는 지점이기도 하고, 제가 이 일을 하는 좋아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 갤러리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10년 후에 파리 사람들이 "한국 미술? 마레에 가면 돼"라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K-아트가 유행어가 아니라 파리 미술 씬에서 하나의 견고한 언어로 자리 잡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 작가들이 세계 컬렉터들과 직접 연결되는 통로가 되는 것. PBG MARAIS가 그 교두보가 되었으면 합니다.
PBG MARAIS
5 Rue du Grenier-Saint-Lazare, 75003
월-토 11:00-19:00
연락처: 07 59 60 33 76
<파리광장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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