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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 미술관 르누아르 특별전-'사랑과 드로잉, 근대성을 다시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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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
2026년 봄부터 여름까지 오르세 미술관에서 개관 40주년을 맞아 르누아르 특별전이 열린다.「르누아르와 사랑(Renoir et l'amour)」과「르누아르 드로잉(Renoir Dessinateur)」 두 전시는 같은 시기에 진행되며, 르누아르의 회화와 드로잉을 나란히 조명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근대성
「르누아르와 사랑」 전시는 르누아르의 활동 초기 20년, 곧 1865년부터 1885년 사이의 작업에 집중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우러진 ‘일상의 장면들’을 한자리에 모은 첫 전시로 1985년 이후 파리에서 처음 열리는 르누아르 회고전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는 올해로 150주년을 맞이한〈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Bal du moulin de la Galette, 1876)가 놓인다. 이 시기 작품들은 화려한 장면 자체보다 인물 간의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 화가는 도시의 외로움이나 사람들 사이의 갈등 대신, 만남과 어울림의 순간을 즐겨 그렸다. 따뜻한 빛과 색, 부드러운 붓질을 통해 사람들 사이의 분위기와 교류를 포착했고 동시대의 삶을 화면 속에 안정된 구성으로 담아낸 것이다.
르누아르는 인물의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몸짓과 시선 속에서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연회와 춤, 식사의 장면은 단순한 즐거움의 표현을 넘어 함께하는 시간과 관계의 방식을 보여준다. 이러한 특징은 앙투안 와토(Antoine Watteau), 프랑수아 부셰(François Boucher),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Jean-Honoré Fragonard)로 이어지는 ‘페트 갈랑트(fête galante)’ 전통에서 비롯된 것으로, 르누아르의 붓끝에서 19세기 파리의 풍경으로 새롭게 변주된다.
드로잉, 보이지 않던 핵심

©️한지수
두 번째 전시「르누아르 드로잉」은 르누아르의 드로잉 작업을 다룬 첫 전시다. 드로잉과 파스텔, 수채, 판화에 더해 회화와 조각까지 더한 120여 점의 작품을 통해, 평소 우리가 '인상주의 화가'라는 이름으로 떠올리는 작품들 뒤편에서 그가 어떻게 형태와 색을 다듬어왔는지를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게 한다. 르누아르는 평생 손에서 연필을 놓지 않은 작가였다. 특히 188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는 라파엘로(Raphael)와 앵그르(Ingres)의 작품에 깊이 빠져들며 빠른 붓질로 빛의 인상을 잡아내던 인상주의에서 한 걸음 옆으로 비켜난다. 그 자리에는 또렷한 선과 단단한 형태에 대한 탐구가 들어선다.
그는 이 시기부터 즐겨 사용한 붉은 분필, 즉 상귀니(sanguine)를 통해 인물의 몸과 그 위에 닿는 빛을 한 화면 안에 함께 담아냈다. 이 드로잉들은 동시대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훗날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가 르누아르의 상귀니 한 점을 직접 소장했다는 사실은 그의 작업이 회화를 위한 단순한 밑그림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완성된 작품이었음을 잘 보여준다. 빛과 색, 그리고 선이 한 호흡으로 어우러진 이 작업들은 피에르 보나르(Pierre Bonnard),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같은 다음 세대 작가들에게도 깊은 자취를 남긴다.
르누아르는 여전히 '아름다운 그림'의 화가로 기억된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그 이면을 펼쳐 보인다. 그의 화면 속 풍경은 단순한 행복의 재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엮어내고 세계를 짜 올리는 하나의 방식이다. 그에게 사랑은 그림이 다루는 소재가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방식 그 자체였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 익숙했던 그림이 전혀 다른 깊이로 다가오게 된다.
전시 정보
●전시 기간: Renoir et l'amour–2026년 7월 19일까지 / Renoir dessinateur – 2026년 7월 5일까지
●위치: Musée d'Orsay (Esplanade Valéry Giscard d'Estaing, 75007 Paris)
●요금: 일반 16€
●운영 시간: 9시30 - 18시 (월 휴무)
<한지수 hanjisoo03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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