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 팔레, 마티스 말년의 실험과 자유를 조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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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삶에서 피어난 색채의 정원

©한지수
그랑 팔레에서는 오는 7월 26일까지「마티스 1941-1954」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의 생애 마지막 13년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며 회화와 드로잉, 삽화집, 스테인드글라스, 과슈 컷아웃 등 300여 점의 작품을 통해 그의 창작 여정을 보여준다. 1941년 큰 수술을 받은 마티스는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뒤 이를 ‘두 번째 삶’이라 표현했다. 이후 1954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더욱 왕성한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 전시는 그 시기에 이뤄진 다양한 실험과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본질을 향한 단순화의 과정
「루마니아 풍의 블라우스를 입은 여인(La Blouse roumaine)」으로 전시가 시작된다. 작품 옆에는 제작 과정이 담긴 대형 사진들이 함께 전시되어 하나의 회화가 완성되기까지의 변화를 보여준다. 풍성한 형태와 장식적 요소는 점차 단순해지고 화면은 더욱 강렬한 색과 간결한 구성으로 정제된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고 핵심만 남기려 했던 마티스의 작업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가위로 그린 새로운 회화
이번 전시의 핵심은 단연 과슈 컷아웃 작업이다. 마티스는 색을 칠한 종이를 가위로 오려 벽에 배치하고 위치를 계속 바꿔가며 화면을 완성했다. 이는 단순한 콜라주가 아니라 색과 형태를 공간 속에서 직접 구성하는 새로운 방식이었다. 말년에 이르러 그는 이 기법을 통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한다. 컷아웃은 회화를 대신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회화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수단으로 기능했다. 전시는 회화와 컷아웃이 하나의 흐름 안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한지수
완성으로 향한 작업
전후에도 그의 실험은 멈추지 않았다. 방스 로제르 성당(Chapelle du Rosaire, à Vence) 프로젝트를 비롯해 대형 공공 작업에 참여하며 예술의 영역을 건축과 공간으로 확장했다. 또한「왕의 슬픔(La Tristesse du roi)」,「푸른 누드(Nus Bleus)」연작, 스테인드글라스 작업 등은 색채와 형태를 극도로 응축한 말년 예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연필과 붓, 가위를 넘나들며 그는 대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보다 최소한의 선과 형태로 본질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러한 접근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혁신적으로 읽힌다.
마티스가 열어놓은 길
사후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마티스의 영향력은 이어지고 있다. 전시와 연계된 팟캐스트에서는 여러 세대의 예술가들이 그의 작업에서 받은 영향을 들려주며, 마티스의 유산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형예술가 이사벨 페레이라(Isabelle Ferreira), 패션 디자이너 장-샤를 드 카스텔바작(Jean-Charles de Castelbajac), 아티스트 아녜스 튀르노에(Agnès Thurnauer), 작곡가 클라우디아 제인 스로카로(Claudia Janes Scroccaro)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은 마티스에게서 얻은 영감과 그가 지닌 현대적 의미를 각자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인상적인 것은 대형 작업들이 지닌 공간감이다. 작품들은 화면의 경계를 넘어 공간 전체로 스며들며, 관람객이 그 안을 거닐도록 이끈다. 드로잉과 컷아웃, 스테인드글라스, 건축과 결합된 작업까지 아우르며 말년의 마티스가 얼마나 과감하게 새로운 형식을 실험했는지를 보여준다.
전시 정보
●전시 기간: 2026년 3월 24일 – 7월 26일
●위치: Grand Palais (17 Avenue du Général Eisenhower, 75008 Paris)
●요금: 일반 19€/할인 16€ (18-25세, 30세 이하 학생)
●운영 시간: 9시30분 - 20시 (월 휴무)
<한지수 hanjisoo03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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