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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덥지 않았던 프랑스, 폭염의 시대… 해답은 에어컨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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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MaPrimeRénov' 통해 단열·환기·차양시설 공사 지원
-몽펠리에, 벤투리 효과 활용한 자연 냉방 아파트 주목

학교 폭염 항의 현수막 ⓒ AFP
지난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은 기록적인 폭염에 휩싸였다. 폭염으로 인한 익사 사고와 심정지 등이 잇따르며 사망자가 속출했다. 6월 18일 이후 프랑스에서 익사로 74명이 사망했다. 파리 응급의료서비스(Samu)에 따르면 지난 금요일 24시간 동안 폭염으로 파리에서 109명이 사망했다. 이는 같은 기간 평소 평균 약 7명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파리 경찰청장은 폭염이 이어지면서 입원 환자가 계속 증가해 일부 병원이 포화 상태라 파리시는 26일 금요일 정오부터 수도권 내 공공장소에서의 음주 금지령을 내렸다.
폭염 여파로 지난 주말 예정됐던 주요 행사들이 잇따라 취소·연기됐다. 프랑스 종가(France Jongga) 협회가 6월 27일 드베이 성(Château de Devay)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단오 축제’를 취소하면서, 가을로 연기해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파리의 음악 연대 축제 'Solidays'와 성소수자 행진 'Marche des fiertés'도 폭염 영향으로 취소됐다.
에어컨 판매가 급등하면서 품절 현상을 빚었고, 한 매장에서는 개점 직후 냉방기기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혼란이 빚어지는 장면이 영상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이번 폭염을 계기로 냉방 시설 문제는 정치권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은 냉방시설 확대를 내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며 학교와 병원, 요양시설 등에 에어컨 설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좌파와 환경단체들은 무분별한 에어컨 확대가 전력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늘릴 수 있다며, 단열·환기·차양시설 개선 등 건물 자체를 폭염에 견딜 수 있도록 바꾸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EDF, 학교·보육시설 냉방 지원에 8천만 유로 투입
폭염 대처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반복되는 폭염에 대응하기 위해 학교, 어린이집, 방과후센터 등에 냉방 설비를 지원하기 위해 8천만 유로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절반은 2026년 9월 말까지 1만여 개 시설에 선풍기, 분무기, 이동식 에어컨, 고정식 에어컨 등 10만 개 이상의 냉방 장비를 설치하는 데 사용된다. 나머지 절반은 각 시설에 최대 1만 유로의 지원금을 지급해 냉방 개선 사업을 돕는 데 쓰일 예정이다.
26일 금요일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총리는 스테파니 리스트 보건부 장관의 제안에 따라 병원용 에어컨 3만 대 주문을 승인했고, 기후위기 대응 준비 부족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2035년까지 6억 유로를 투입해 병원 단열·냉방 등 에너지 개보수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폭염이 남긴 과제...에어컨만이 답일까?
지난주 폭염 관련 유튜브 영상에 독일 하이델베르크 근교에 살고 있는 이로부터 이런 댓글이 달렸다: 오래된 집을 구입한 뒤 2~3년 전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외벽과 지붕 단열 공사를 하고, 창문도 3중창으로 교체했는데 당시에는 그렇게 큰 비용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 의아했지만, 올해 폭염을 겪으며 그 투자의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깥 기온이 38도를 웃도는데도 집 안은 선풍기조차 필요 없을 만큼 시원하다고 했다. 독일에서는 주택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할 때 법이 정한 에너지 효율 기준을 충족하면 공사비의 약 30%를 지원받을 수 있어 해당 제도를 이용했다고 한다. 다만 자재비 상승과 인증 업체의 높은 시공비,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실제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3중창과 단열 공사의 효과는 이번 폭염 속에서 확실히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프랑스에도 비슷한 지원 제도가 있다. MaPrimeRénov' 제도로 프랑스 정부의 대표적인 에너지 효율 개선 지원으로 최근 몇 년간 예산 부족과 신청 폭증, 사기 방지 대책 등의 영향으로 여러 차례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폭염과 에너지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정책으로 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는 단열·환기·난방 설비 개선 등을 중심으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MaPrimeRénov' 제도란?
이는 프랑스 정부가 운영하는 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 지원 제도로, 에너지 낭비가 큰 주택의 단열·환기·난방 설비 등을 개선할 경우 비용의 일부를 보조한다. 지원금은 국가주택청(ANAH)이 지급한다. 외벽 단열, 바닥 단열, 지붕·다락 단열, 창문·문 교체, 환기 시스템(VMC), 히트펌프(Pompe à chaleur) 설치, 여름철 차양 시설 설치, 고정형 천장 선풍기 설치 공사 등이 지원 대상이다.
15년 이상 된 주택, 에너지 등급 E·F·G 주택, 실거주 집주인 또는 임대인, 소득 기준 충족 가구의 조건으로 에너지 성능 개선 정도와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지원 대상 공사비 한도는 최대 4만 유로(부가세 제외)까지다. MaPrimeRénov’는 과거 겨울철 난방비 절감을 위한 에너지 리노베이션 제도로 인식됐지만, 반복되는 폭염 속에서 여름철 주거 쾌적성을 높이는 대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몽펠리에 자연 냉방 아파트 ⓒ Vincent Callebaut Architectures/ Designboom
몽펠리에 '벤투리 효과' 활용한 자연 냉방 아파트
프랑스 전역에서 기온이 40℃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몽펠리에의 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예외다. 이곳 주민들은 비교적 시원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단지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TF1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밖은 매우 덥다. 하지만 이곳에 들어오면 마치 시원한 섬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에어컨 없이도 천장 선풍기 하나만으로 실내 체감온도는 약 22℃에 이른다.
그 이유는 최근 준공된 이 건물이 애초부터 주택 내부의 열기를 줄이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맞통풍이 가능한 아파트 구조와 물결 모양의 외벽은 공기 흐름을 만들어내고, 바닷바람이 건물 안팎으로 순환하도록 돕는다.
생물기후 건축가 뱅상 칼보(Vincent Callebaut)는 곡선형 외관과 벤투리 효과(공기나 물 같은 유체가 좁은 공간을 통과할 때 속도가 빨라지고 압력이 낮아지는 현상)로 자연 환기를 극대화했으며, 중동과 북아프리카 전통 건축에서 사용하는 격자식 차양 구조인 무샤라비에에서 착안한 차양 구조가 햇빛은 차단하고 통풍은 유지해 실내 온도를 낮춘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생물기후 건축 사례는 아직 드문 편이다. 프랑스 주택의 90%가 폭염에 취약하며, 폭염 때 열이 집 안에 갇히는 ‘압력솥’ 상태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컨 설치만으로는 전력 소비 증가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는 만큼, 단열·환기·차양시설 개선 등 건물 자체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공사가 폭염 시대의 새로운 대응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파리광장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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