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 상승에 프랑스인 4명 중 1명 이상, 식료품이나 의료비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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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구호단체 ‘세쿠르 포풀레르(Secours populaire)’가 연례 빈곤 조사에서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인한 생활고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기름값을 비롯한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프랑스인 4명 중 1명 이상이 식비나 의료비까지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세쿠르 포풀레르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와 공동으로 실시한 제20회 연례 ‘빈곤·생활고(Pauvreté-Précarité)’ 조사는 계속되는 물가 상승과 부족한 소득으로 프랑스와 유럽 전역에서 생활고가 장기화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는 빈곤에 대한 불안이 저소득층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가난한 노동자층(travailleurs pauvres)’이 늘면서 식비는 물론 주거비와 난방비조차 감당하기 어렵다는 호소가 증가하고 있다.
2025년 소폭 개선됐지만, 올해도 프랑스인 10명 중 약 4명은 소득만으로 모든 지출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한 62%는 자신도 생활고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으며, 26%는 이미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프랑스인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생활상의 결핍과 경제적 어려움도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37%는 하루 세 끼를 챙길 수 있을 만큼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또한 55%는 1년에 최소 한 번 휴가를 떠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6%포인트), 33%는 월세나 주택담보대출 상환금, 주거 관련 관리비를 납부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5%포인트). 교통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답한 비율도 46%로, 1년 사이 12%포인트 증가했다.
기름값 때문에 휴가까지 포기하는 프랑스인들
휘발유 가격 때문에 휴가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구호단체 세쿠르 포풀레르의 이번 연례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에너지 빈곤 문제를 별도의 항목으로 다뤘다. 특히 연료 가격 상승에 대해 조사 대상 프랑스인들이 큰 우려를 나타냈다. 응답자의 74%가 연료비 상승을 걱정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특히 농촌 지역에 거주하거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 사이에서 우려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료비 상승은 사람들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휴가를 떠나는 것, 멀리 사는 가족이나 지인을 만나러 가는 것, 심지어 병원 진료 예약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프랑스인 58%는 연료비 부담 때문에 이 가운데 적어도 한 가지를 포기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40%는 여러 가지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응답자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28%가 최근 12개월 동안 휘발유나 경유 가격 상승을 감당하기 위해 식비나 의료비 같은 필수 지출마저 포기해야 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심화되는 생활고
프랑스인의 79%는 에너지 요금이 가계 예산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92%는 집 안의 온도를 충분히 따뜻하게 유지하는 데 ‘매우 자주’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전기나 가스 요금을 납부하기 위해 응답자 4명 중 1명꼴인 26%는 지난 12개월 동안 식비나 의료비와 같은 필수 지출을 포기했다고 답했다. 또한 많은 프랑스인(76%)이 에너지 요금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집 안의 일부 방에서는 난방을 끄거나, 실내 온도를 18℃ 이하로 낮추고,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일부 가전제품의 사용을 중단하거나, 찬물로 샤워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난방에 어려움을 겪고 집 안의 낮은 온도에 노출되는 것은 프랑스인들의 건강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응답자의 61%는 평소보다 피로감이 심해졌다고 답했으며, 48%는 잠들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또 47%는 관절 통증이 새롭게 나타나거나 기존 통증이 악화됐다고 답했고, 40%는 이전보다 더 자주 아프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가 보여주는 암울한 현실은 에너지 위기가 단순히 가계부의 숫자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평범한 일상을 유지할 권리까지 빼앗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기름값과 공과금을 감당하기 위해 식비와 의료비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은 결국 개개인의 신체적 건강과 삶의 질을 무너뜨리는 구조적 폭력으로 이어진다. 치솟는 물가와 에너지 비용 속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늘어나는 한 경제적 불평등은 단순히 지표상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의 기반을 흔드는 위기로 남을 것이다.
<파리광장/ 현경(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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