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코냑-제이 미술관, 18세기 여성성을 다시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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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과 초상화, 그리고 동시대 예술이 만나는 특별전

파리 코냑-제이 미술관의 'Révéler le féminin: Mode et Apparences au XVIIIe siècle' 전시에서 ©한지수
1929년에 개관한 코냑-제이 미술관은 사마리텐 백화점의 창립자인 에르네스트 코냑(Ernest Cognacq)과 마리-루이즈 제이(Marie-Louise Jaÿ)가 파리시에 기증한 컬렉션을 기반으로 설립됐다. 마레 지구의 역사적인 저택을 미술관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티에폴로, 샤르댕, 프라고나르, 프랑수아 부셰 등 18세기 거장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현재《Révéler le féminin: Mode et Apparences au XVIIIe siècle(여성성을 드러내다: 18세기의 패션과 외양)》전시가 열리고 있다. 계몽주의 시대 여성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표현되었는지를 당시의 패션과 초상화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기획전이다. 초상화와 사랑을 주제로 한 풍속화, 당시 의상과 섬유 작품을 함께 배치해 18세기 여성상이 형성되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파리 코냑-제이 미술관의 'Révéler le féminin: Mode et Apparences au XVIIIe siècle' 전시에서 ©한지수
패션은 신분을 말하는 언어였다
18세기 프랑스는 유럽 패션을 이끄는 중심지였으며 새틴과 자수, 화려한 장신구는 단순한 장식을 넘어 신분과 취향을 드러내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는 당시 초상화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귀족과 부르주아 계층은 자신의 지위와 부를 보여주기 위해 화려한 의복과 장신구를 갖춘 모습으로 초상을 남겼고, 화가들은 직물의 질감과 장식의 세부까지 정교하게 표현하며 인물의 사회적 위치를 드러냈다. 전시는 이처럼 패션이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수단을 넘어, 개인의 신분과 사회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언어로 자리 잡았던 과정을 회화와 실제 의상을 통해 보여준다.
자연스러움으로 향한 여성상
1770년대에 이르러 여성과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장 자크 루소의 『에밀』 이후 어린이는 독립된 인격체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초상화에서도 자연스러운 표정과 일상의 모습이 강조된다. 복식 역시 달라졌다. 속옷에서 유래한 가볍고 부드러운 면직물과 모슬린이 겉옷으로 사용되면서, 이전보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실루엣이 유행했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화려한 장식보다 자연스러운 우아함으로 조금씩 이동하기 시작했다.
현실보다 아름다운 이상을 그리다
전시는 18세기 회화의 대표 장르인 갈랑트 축제화와 전원화도 함께 소개한다. 앙투안 와토와 니콜라 랑크레는 귀족들의 사랑과 사교 문화를 우아하게 연출한 '갈랑트 축제화'를 발전시켰고, 프랑수아 부셰는 이상화된 자연 속 목동과 목동 여인을 그린 전원화를 통해 당시 사람들이 동경한 여성상을 표현했다. 이들 작품 속 여성은 현실의 인물이라기보다 사랑과 아름다움, 이상적인 삶을 상징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또한 이러한 미감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신디 셔먼의 작품과 샤넬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도 그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전시
패션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전개가 탄탄하다. 18세기 작품 사이사이에 동시대 작품을 배치해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시대를 뛰어넘는 패션과 여성성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회화와 사진, 직물 오브제가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며 서로 다른 시대의 미감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특히 공간 곳곳에 놓인 거울은 옷의 실루엣과 섬세한 직물의 질감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주며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을 한층 풍부하게 만든다. 18세기 패션을 단순한 복식의 역사가 아닌, 당시 사회와 여성의 모습을 읽어내는 단서로 바라보게 하는 전시다.
전시 정보
●전시 기간: 2026년 3월 25일 - 9월 20일
●위치: Musée Cognacq-Jay(8 Rue Elzevir, 75003 Paris)
●요금: 일반 11€/할인 9€(25세 이하 학생)
●운영 시간: 10시 - 18시 (월 휴무)
<한지수 hanjisoo03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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