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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 사건: 자크 랑,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 연루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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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파리 아랍세계연구소 원장직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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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르몽드(Le Monde)


권력과 결탁한 미성년자 성착취 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과 관련된 수백만 건의 자료가 공개되면서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 자크 랑(Jack Lang)이 그와 맺었던 친분 관계가 드러나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 엡스타인과 작크 랑의 루브르 피라미드 앞 사진 논란

2019년 3월 촬영된 한 장의 사진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늦겨울 햇살에 얼굴이 밝게 빛나고 있는 작크 랑의 옆에는 미국인 금융이자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이 선글라스를 낀 채 손을 모으고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다. 이 사진이 촬영된 시점은 엡스타인이 체포되기 불과 몇 달 전이었다. 2019년 7월 6일, 미국 법원은 그를 대규모 성매매 및 미성년자 착취 혐의로 구속했다. 엡스타인은 동거인 기슬레인 맥스웰(Ghislaine Maxwell)과 함께 미성년자와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성)착취 네트워킹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한 달 만인 8월, 엡스타인은 수감 중 자살했다. 사진은 자크 랑과 엡스타인 사이의 친분이 공적인 자리에서도 드러났음을 보여주며, 전직 장관이 세계적인 성범죄 사건과 연루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1월 30일 금요일(현지 시각), 엡스타인의 삶과 관련된 300만 건이 넘는 자료를 공개하면서 이 이미지를 세상에 내놓았다. 법무부는 이번 조치를 "투명성"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해 다소 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역시 수년간 뉴욕 출신 금융인 엡스타인과 교류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기업계, 문화계 등 각계각층에 걸친 인맥을 자랑한 엡스타인은 자신의 명성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며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과 교류해 왔다. 


▶ 엡스타인과 주고받은 이메일

이 방대한 자료가 공개된 이후, 일부는 여전히 블랙(검열) 처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은 엡스타인이 여러 유명인과 맺었던 연관성을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과연 누가 무엇을 알고 있었을까? 지인들은 엡스타인의 성범죄를 의심이라도 했을까? 대부분의 경우, 이번에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이러한 사실을 확실히 판단하기 어렵다. 


공개된 문서 속에서 자크 랑과 엡스타인의 관계에서 논란의 핵심은 오히려 자크 랑이 그의 범죄 행위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다. 현재 아랍 세계 연구소(IMA) 소장을 맡고 있는 자크 랑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만나기 전, 제프리 엡스타인은 이미 2008년 미국에서 미성년자 매춘 혐의로 18개월 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자크 랑은 이에 대해 “호감을 느껴 친분을 쌓을 때 상대방의 범죄 전력을 묻는 습관은 없다”며, 당시 엡스타인의 형사 기록을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 작크 랑 이름 685회 등장

공개된 문서에서 자크 랑의 이름은 총 685회 등장한다. 대부분은 엡스타인이 파리의 고급 주거지에 소유한 아파트를 방문한 전후로 주고받은 이메일이다. 전 사회당 의원인 자크 랑은 BFMTV와의 인터뷰에서, 엡스타인을 “약 15년 전 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당시 미국 감독 우디 앨런이 두 사람을 소개했으며, 이 자리에서 친분이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두 사람은 엡스타인이 파리를 방문할 때 일정 조율을 주제로 한 정중한 이메일을 장기간 주고받았다.  


▶부동산 매매와 장편 영화 제작 자금 지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자크 랑 전 장관은 한 지인의 부동산 매매를 중개하려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하지만, 자크 랑은 프랑스 텔레비젼(France Télévisions)와의 인터뷰에서 “그 집을 직접 본 적도 없고, 관련 문서도 아마 읽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탐사 보도 매체인 메디아파르(Mediapart)는 프랑스 국가금융검찰(PNF)이, 엡스타인이 자크 랑의 요청으로 5만 유로 규모의 수상한 해외 송금 건에 대해 이미 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자크 랑이 이 자금을 왜 필요로 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공개된 이메일 중 하나에서 자크 랑은 “프랑스의 저명한 영화감독, 세르주 모아티(Serge Moati)가 내 작업을 영화로 제작하려 한다.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며, 당신(엡스타인)의 (재정적)기여가 결정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영화는 결국 극장에 공개되지 않았다.


▶ 전 장관, 엡스타인의 인맥 형성 능력 강조

자크 랑 전 장관은 엡스타인이 권력층에서 새로운 인맥을 손쉽게 형성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AFP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엡스타인과 처음 연결되었을 당시, 그는 ‘파리의 주요 인사’를 두루 만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의 박식함과 문화적 소양, 지적 호기심에 매료됐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RTL 방송에서도 자크 랑은 자신의 입장을 자세히 설명했다: “나는 아마 순진했고, 무지했을지도 모른다”며, “그러나 지성과 재능, 밝음과 관대함을 가져오는 사람들과 만날 때는 계속 신뢰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엡스타인의 범죄 사실과는 거리를 두었다.


▶ 딸, 캐롤라인 랑도 연루

자크 랑의 딸 캐롤라인 랑과 엡스타인 사이의 대화도 이번 자료 공개로 드러났다. 그간 독립 제작자 협회(Syndicat des producteurs indépendants) 총괄을 맡았던 캐롤라인은 이번 논란이 알려진 후 해당 직위에서 사임했다. 메디아파르(Mediapart) 보도에 따르면, 캐롤라인 랑은 2016년 미국령 버진아일즈에 엡스타인과 함께 오프쇼어(offshore) 법인을 설립했다(해외법인). 그녀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이 조직의 목적이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 구매를 촉진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법인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지만, 관련 수익은 전혀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캐롤라인 랑은 메디아파르(Mediapart)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자금은 엡스타인에게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 결국 자크 랑, 아랍세계연구소 원장직 사임

엡스타인과의 친분이 공개된 이후 프랑스 국가금융검찰(PNF)은 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자크 랑은 2월 8일(일) 외무부에 출석해 소명할 예정이었으나, 그에 앞서 2월 7일 파리 아랍세계연구소 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로써 자크 랑은 장-노엘 바로(Jean-Noël Barrot) 외무부 장관의 소환에 응할 필요가 없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법적인 책임 문제는 끝난 게 아니다. 작크 랑은 사회당(PS)의 대표적 인물이자,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시절 문화부 장관이었으며 ‘음악 축제(Fête de la musique)’를 전 세계에 확산시킨 인물이다. 2023년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그를 아랍세계연구소(IMA) 원장으로 재임명하며 4번째 임기를 부여했다. 


▶ 자크 랑 사임 이후 정치권, 만장일치 반응

작크 랑은 엘리제궁과 총리실의 압박을 받고 있었으며, 마크롱 대통령 측근들은 아랍세계연구소라는 명망 높은 기관이 이번 사건으로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며 사임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사임 의사 표명에 여야를 막론하고 만장일치의 반응을 보였다. 

사회당(PS) 제1서기 올리비에 포르(Olivier Faure)는 ‘프랑스3’ 방송에서 “사법 정의는 권력자든 그렇지 않든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지만, 책임과 모범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그가 물러나는 것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공화당(LR) 소속 전 총리 미셸 바르니에(Michel Barnier)는 일요일 LCI 방송에서 “그가 직책을 내려놓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며, 권력자들의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은 견딜 수 없다고 했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부대표 세바스티앵 셰뉘(Sébastien Chenu)는 “그가 세금 포탈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고, “제프리 엡스타인의 친구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국가금융검찰(PNF)은 지난 금요일, 자크 랑과 그의 딸 카롤린 랑을 상대로 ‘가중된 세금 사기 자금 세탁’ 혐의에 대한 예비 수사를 개시했다.


 

 <현 경 기자 dongsimj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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