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공학도에서 전통주 개발자로-랩투보틀(주)의 이동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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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주의 세계화를 향해

<파리광장>과 인터뷰 중인 이동헌 대표
충청남도 천안의 성환 배를 이용해 우리 전통주를 제조하고 있는 이동헌 대표는 카이스트 출신의 공학도이자 프랑스에서 유학한 바 있다. 아직 과일, 배로 제대로 된 술을 만든 적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그가 공부한 것을 활용해 지역 특산물인 ‘천안 성환 배’로 술을 만들어, 2024년 출시와 동시에 세계 3대 주류 품평회인 영국 국제 위스키 품평회(IWSC)’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이어 2025년 4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IF 디자인 어워즈’와 아시아 최대 디자인 대회인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에서 디자인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제품의 지역 브랜딩, 예술성, 상징성을 인정받았다. 이동헌 대표의 도전 행보는 2025년 5월 26일 세계 3대 품평회 ‘2025 몽드 셀렉션(Monde Selection)’에서 우수한 맛과 품질을 인정받아 대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한국 전통주 최초로 심사위원상을 받으며 증류주 부문 세계 1위에 선정됐다. 충청남도 천안시가 지원하는 미래 유니콘 기업 C-STAR기업에도 선정되어 천안 대표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동헌 대표는 양조 기계까지 직접 설계 제작하고, 전공 시 배운 공학 지식을 응용해 수많은 실험 끝에 배를 원료로 한 K-술을 만들어 해외의 인정을 받고 있다. 공학도에서 출발해 우리나라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전통주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랩투보틀(주) 이동헌 대표를, 지난해 12월 파리 출장 중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이번에 파리를 방문하신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이제 한국 술이 세계 시장으로 나가야 될 시기가 왔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한국 전통주는 경쟁도 심하고 성장이 정체되어 있어요. 다행스럽게도 K-컨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데, 그 중 K-술은 아직은 시작 단계로 보이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예전부터 같이 사업했던 분들과 만나 좀 더 구체적인 말씀을 나누고, 올해(2025년) 마무리 잘하고 내년부터(2026년) 또 본격적으로 또 열심히 해보고자 왔어요. 관련 분들을 만나 새로운 일을 만들기 위해서 왔습니다. 특히 2026년은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는 해인 만큼, 저희가 소속된 지자체와 연계한 사업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카이스트 생명 공학 박사가 어떻게 전통주를 만들게 되었나요?
화학이나 식품 관련해서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들이 오히려 많은 것들을 개발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그 질문을 많이 받거든요. 저희가 빠른 시간 안에 좋은 술을 만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현대 화학 공정이나 화학 기술을 양조 공정에 적용을 했기 때문이에요. 저도 7년 전에는 양조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어요. 술을 마시는 입장이 아니라, 만드는 입장이 되어 보니 술이 달리 보였습니다. 술을 만드는 양조기술은 역사상 가장 오래된 화학 공학 기술이에요. 양조는 매우 과학적인 과정입니다. 우리나라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기술을 적용하면 좋을지를 계속 연구 중입니다. 제가 공부했던 내용들이 많이 도움이 돼요.
-전통주라고 명명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한국 주세법에서 말하는 ‘전통주’는 단어 그대로 ‘전통 방식으로 만든 술’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법적으로는 ‘민속주’와 ‘지역특산주’ 두 가지로 나뉘거든요. 다만 관습적으로 예전부터 ‘전통주’라는 표현을 계속 써 왔기 때문에, 일반인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지역 술들을 ‘전통주’라고 부르는 셈입니다. 민속주는 무형문화재나 양조 명인들이 만드는 술이고요, 지역특산주는 그 지역에서 나는 그 원료를 주원료로 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술을 만들면 그거를 이제 지역특산주라고 하고, 그걸 이제 전통주라고 인정을 하는 거예요. 제조 방식이 현대적이라 하더라도, 위 요건 중 하나를 충족하여 면허를 받으면 법적 '전통주'로 인정받습니다. 반면, 오랜 역사를 가진 방식이라도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법적으로는 전통주가 아닌 '일반 주류'로 분류될 수도 있고요.
- 지금 대표님이 만드는 술은 지역특산주겠네요?
네, 지역특산주 입니다. 천안 배로 만드니까요. 법적으로는 전국의 시청에 그 지역 원료를 이용한 술을 만들거라는 신청서를 보내면, 시청에서 평가를 해서 확인을 받아야 지역특산주로 인정을 해줘요.

‘2025 몽드 셀렉션(Monde Selection)’ 대상 수상식에서 이동헌 대표
-한국 최초로 배로 술을 만드신거라고요?
네, 우리나라는 배로 완전히 만드는 술이 없었어요. 배를 착즙해서 발효하고 증류, 숙성까지 하는, 오롯이 배로 만든 술은 저희가 유일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사과로 만든 술이 꽤 있고 오미자, 당연히 포도로 만든 술들도 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배로 만든 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전통주 교육하시는 분들에게 "왜 배로 만든 술이 없냐?"는 질문을 많이 했죠. 그분들 답이, "한국 배로는 술을 만들기가 너무 어렵다. 만들 수가 없다. 예전에 많은 사람들이 시도를 했지만 잘 안 됐다"는 이야기들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런가요?" 라고 여쭤보면 대답을 아무도 못해요. 왜 그런지를 몰라요. 어떤 분들은 "배 술이 있는데 왜 없냐"고 하시며, 이강주나 문배주를 예로 드시는데, 둘 다 곡물을 발효해서 만든 술입니다.
-왜 그런지 대표님이 그 이유를 찾으신거네요
배로 만들어보니 왜 그런 말씀들을 하시는지 알게 되었어요. 재료가 다르면 원료에 들어있는 성분이 다르니 결과도 달라집니다. 우리나라 배에 맞는 발효 방법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싶어 실험을 여러 번 해보니 꽤 괜찮은 맛의 술이 나왔어요. 아직도 어려운거 하지 말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아직도 배로 술을 만들었다고 하면 안 믿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한국에서는 선입견이 있으니 해외에서 먼저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보자 싶어서 영국의 IWSC라는 세계 3대의 주류 대회에 술 샘플을 들고 가서 출품을 하고 거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시음을 했어요. 그 대회에서 처음으로 동상을 받았어요. 그리고 과일로 만든 증류주로는 세계 최고인 프랑스 꼬냑의 헤네시와 레미마탕에 가서 시음을 했죠. 풍미가 ‘특이하다’고 하면서, 무엇을 만들었냐고 물어서 한국 배로 만든 거라고 설명을 했죠. 프랑스의 배로 만든 증류주들과 맛은 좀 다르지만, 품질이 상당히 괜찮다는 평가를 들었죠.
-양조 과정이 힘들지 않았나요? 다른 술과 차별점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쉽지 않았죠. 조금 전에 말씀 드린 대로 배로 처음 만든 술이다 보니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우리나라 배가 갖고 있는 성분의 특징에 따라서 발효 방법을 개발하고, 증류, 숙성 방식도 실험을 많이 했습니다.
-글로벌 심사위원들이 한국 증류주에 대해 공통적으로 했던 이야기가 있다면요?
그때 평가받았던 것들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과일 증류주의 새로운 품질을 제시했다는 평들이 있어요. 꽤 새로웠나 봐요. 한국 배로 만든 증류주는 처음이라고 하고요. 한국 과일 증류주에 대해 알게 되어 좋았다고 했습니다.
-‘천안의 성환 배’라는 지역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브랜드 가치에 어떤 힘을 더해준다고 보시나요?
우리나라 초록병 희석식 소주와 맥주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술은 지역 자원으로 만들어져요. 당연히 지역의 브랜드가 들어가게 됩니다. 저희는 지역 자원과 의미가 자연스럽게 담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천안의 성환 배는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배 자원이에요. 처음에는 배로 술을 만든다고 하니 천안에서도 신기해 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천안 배 과수원 하시는 분들 중에 저희 술을 모르시는 분이 거의 없어요. 배로 술을 만들어 상을 받았다고 과수원 사장님들에게 말씀드리면 자랑스러워하시고 신기해하시면서 배가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하시죠. 이런 자연스러운 일들이 지역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이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피어팩트(Pearfect)라는 이름에는 어떤 브랜드 철학이 담겼나요?
세계 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이게 한국의 배로 만든 제품이라는 것, 즉 특별한 제품이라는 걸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배의 영어 표기, 페어(pear)라는 단어와 완벽하다는 뜻의 퍼펙트(perfect) 라는 단어를 합성해서 ‘피어펙트’라고 지었어요. 배로 만든 좋은 술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다는 브랜드 철학이 담겨있어요.
-향후 해외 시장 진출 계획이 있다면요?
프랑스, 미국 쪽과 회의 중이고, 중국이랑 몽골 쪽 바이어도 이번 달에 저희 공장에 와서 상담하고 갔고 샘플도 보내고 조금씩 진도가 나가고 있어요.
-한국 전통주의 세계화, 어떤 길로 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우리나라가 전통주에 대한 개념이 지금 혼란스러운 상황이 있어요. 프랑스 와인이 세계화에 크게 기여한 요인으로 프랑스 와인 표준화 제도를 이야기합니다. 한국 역시 한국 술의 세계화를 위해 제도적 표준화 작업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주류 제품은 어느 나라나 규제가 심합니다. 국가 차원에서 정책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파리광장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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