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파리아줌마 단상] 폭염에 갇힌 프랑스, 코로나 봉쇄가 떠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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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07-20 22:09 조회 209 댓글 0본문

프랑스는 5월 말부터 기록적인 폭염을 겪고 있다. 그리고 6월 중순부터 말 사이의 폭염에는 파리 기온이 40도에 육박했다. 숨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파리 여름은 보통 3,4일 정도 덥다가 다시 기온이 내려가곤 한다. 올 여름처럼 오랫동안 더위가 지속된 적은 내가 이곳에서 산 1989년 이래로 처음이다.
2003년, 지금은 자라 직장인이 된 작은 아이가 1살 때 여름 더위로 어린 피부에 땀띠가 솟아나던 그때에 프랑스에서 1만 5천여 명이 사망하는 기록적인 폭염을 겪었다.
당시는 우리 가족은 노르망디로 피신을 갔었다. 파리 땅이 39도로 불타오르고 있을 때 노르망디는 24, 25도였으니, 제대로 피신, 즉 피서를 한 셈이었다. 그리고 그때를 생각해서 몇 년 전 무더웠던 어느해 여름 노르망디로 피신을 갔는데, 그쪽은 더 이상 피서처가 아니었다. 시원한 바닷 바람을 기대했던건 큰 착각이었고, 바다를 끼고 있는 에트레타 기온 또한 33, 34도였다. 식당들은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 하나도 없었고, 문만 활짝 열어 제친 상태로 서빙하는 직원이나 식사를 하는 손님이나 더위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나는 1989년 7월에 파리에 도착했다. 당시 파리 날씨는 아침에 가디건을 걸치고 나갔다가 오후에 기온이 좀 올라가면 벗어서 어깨로 두르고 다닐 정도로 파리의 여름은 덥지 않았다. 선풍기를 구입한지는 몇 년 되지 않았다. 선풍기 없이도 파리에서 여름을 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어느 해에는 여름다운 더위도 없이 가을을 맞이하자 오히려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그랬던 파리에 40도에 이르는 폭염이 닥친 것이다. 이번 여름 폭염은 파리 시민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며 지배하고 있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구입하기 위해 매장 개장 전부터 줄을 서는 시민들의 모습과, 할인 판매된 한정 수량의 냉방기기를 차지하려는 고객들이 매장 안에서 뒤엉키는 영상이 SNS를 통해 퍼지기도 했다. Solidays 같은 대규모 연대 행사가 취소되었고, 폭염 적색 경보가 내려진 지역에서는 배달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일정 시간대에 활동을 금지시켰다. 프랑스 언론에서는 열사병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 숫자를 보도하며 더위 대처법을 안내하고 있다.
코로나 봉쇄 시기가 떠올라
이번 폭염에서 나는 해볕을 차단하기 위해 집 안의 모든 덧문을 내리고, 창문도 닫았다. 파리 기온이 40도에 이를 때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뜨거운 바람에 놀라서 창문을 다시 닫아버렸다. 그렇게 어두컴컴한 집 안에서 더위 때문에 밖에도 나가지 못한 채 지냈다. 두 번째 폭염까지는 그러려니 했지만, 세 번째 폭염은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더위보다 힘들었던 것은 세상과 단절된 듯한 느낌이었다. 사람 만나지 않고, 불필요한 외출은 자제했고, 슈퍼는 비교적 기온이 높지 않은 아침이나, 해가 진 뒤에야 갔고, 식사는 될 수 있으면 불을 안쓰는 것으로 대체했다. 이건 내가 살아왔던 일상이 아니었다.
지난주 세번째 폭염 속에 덧문을 닫고 지내고 있으니 문득 6년 전 전 세계를 봉쇄시켰던 코로나 19 때가 떠올랐다.
BFMTV 등은 6월 말에 이어 7월에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일부 프랑스인들이 불안감과 수면장애, 공황발작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날씨 예보를 하루에도 수십 번 확인하거나, 셔터를 내린 채 집 안에 머물며 "코로나 봉쇄 시절이 떠오른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하는데, 나만 그 시절을 떠올린건 아니었던 것이다. 자유롭게 외출하지 못하고, 사람들과 만남이 줄어들었고, 배달 노동자들까지 활동이 제한되고, 행사들이 취소된 점은 그때와 흡사하다. 다른 점이라면 코로나는 바이러스가 원인이었지만, 이번에는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앞으로는 이런 여름이 일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팬데믹을 지나왔다. 이제는 기후위기가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폭염은 더 이상 단순한 '더운 날씨'가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사회적 재난이 됐다. 하지만 팬데믹을 함께 이겨냈듯이, 기후위기 역시 새로운 생활 방식과 사회적 연대로 충분히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파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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