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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파리에 살아야 할 몇 가지 이유](49) '킬리안 음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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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07-14 02:02 조회 2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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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월드컵에서 통산 세 번째 우승을 노리는 프랑스는 혁명기념일에 스페인과의 준결승을 앞두고 있다. 앞선 모로코와의 8강전에서는 승패와 관계없이 대규모 소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두 나라 사이에 식민 지배의 역사와 이민의 경험, 하나의 국적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정체성의 문제가 겹쳐 있었기 때문이다. 모로코 대표팀에는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선수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프랑스가 2대0으로 승리한 뒤 경기장 밖까지 터져 나온 함성과 그 속에 뒤섞인 고통스러운 포효는 왜 이 나라의 축제가 때때로 비극으로 비치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파라과이와의 16강전에서는 프랑스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독일을 꺾고 올라온 파라과이는 흔히 ‘샴페인 축구’로 불리는 프랑스의 기술 축구를 무력화하기 위해 거친 몸싸움과 신경전, 반복적인 반칙을 동원했다. 그러나 프랑스도 점잖게 당해주지는 않았다. 이날 파라과이는 프랑스보다 두 개 많은 13개의 반칙을 범했지만 옐로카드를 한 장도 받지 않았다. 반면 프랑스 선수 세 명은 경고를 받았다. “우리가 턱시도를 입고 경기하러 나올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우리도 손을 더럽힐 줄 압니다.” 경기가 끝난 뒤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킬리안 음바페가 말했다.


음바페는 빠르다. 단지 보통 사람보다 빠른 것이 아니라, 국가대표급 선수들보다도 월등히 빠르다. 위대한 축구 선수들이 그렇듯, 그가 공을 잡으면 주변의 움직임과 리듬이 느려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시공간을 일그러뜨리며 경기장을 휘젓는다. 2018년 월드컵에서 결승전 득점을 포함해 4골을 넣었던 열아홉 살 소년은 이제 프랑스 국가대표 레블뢰(Les Bleus)의 주장이 되어 자신의 두 번째 월드컵 트로피를 향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전성기를 맞은 그를 두고 과거 프랑스 축구의 우아함도 창의력도 없이 속도전만 펼친다고 비방한다. 또 그의 여러 동료와 마찬가지로 카메룬과 알제리 출신 부모를 둔 그를 향해 “프랑스인이 없는 프랑스 팀”, 혹은 “아프리카 선발팀”이라 부르며 이민자 정체성을 공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선수단 역시 알제리계 지네딘 지단을 비롯해 1998년 프랑스의 첫 월드컵 우승을 이끈 이민자 가정 출신 스타들의 압도적인 기량을 이어받은, 다인종·다언어 프랑스 대표팀의 최신판일 뿐이다. 훌륭한 선수들이 멋진 경기를 펼치고 승패를 가르는 모습을 보는 일은 그 자체로 큰 기쁨이지만, 프랑스의 우승 뒤에는 언제나 이민자들의 영광이 담겨 있다.


스포츠는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정치적 갈등을 끝내거나 불평등의 구조를 바꾸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스포츠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많은 것을 상징한다. 킬리안 음바페와 그의 동료들이 뛰어난 성과를 거듭할수록, 전 세계 팬들의 찬사와는 별개로 프랑스의 극우 세력은 그들이 프랑스가 아니라 방리외와 아랍계·무슬림 이민자들을 대표할 뿐이라며 국가대표의 자격까지 문제 삼아왔다. 2027년 대선을 앞두고 되풀이되는 이러한 소음에 프랑스 대표팀 감독 디디에 데샹은 “프랑스 대표팀은 프랑스의 인구 구성을 반영할 뿐”이라고 일갈했다. 우리는 음바페를 니체적 초인으로 바라볼 필요가 없다. 그를 이상화할 필요도, 이미 완성된 전설이나 영웅주의의 미덕 속에 가둘 필요도 없다. 그의 매력은 반복되는 전력 질주와 맹렬히 부딪히는 몸, 균형이 무너지기 직전까지 앞으로 쏠리는 상체, 아름다운 자세를 따질 겨를도 없이 공을 향해 뻗어가는 다리에 있다. 사회가 그의 몸 위에 올려놓은 기대와 의심, 이민과 공화국, 빈곤과 부, 조국과 시장의 무게는 그가 달리기 시작하는 순간 모두 뒤로 밀려난다. 이제 우리에게 남는 것은 한 인간이 중력에서 벗어나 비상하는 장면을 바라볼 때의 완전한 희열이다.


            

<윤영섭 0718sam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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