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리 밀러 대규모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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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06-02 01:25 조회 245 댓글 0본문
초현실주의와 전쟁의 경계를 가로지른 사진가

©️ 한지수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에서 사진가 리 밀러(Lee Miller, 1907–1977)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년간 프랑스에서 열린 리 밀러 전시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약 250점의 빈티지 및 현대 프린트와 다수의 미공개 자료를 통해 그녀의 삶과 작업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모델에서 사진가로
리 밀러는 모델 활동을 통해 사진계에 입문했다. 1920년대 뉴욕 패션계에서 스타로 떠오른 그녀는 찍히는 사람에 머무르기보다 직접 이미지를 만드는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름을 엘리자베스에서 리(Lee)로 바꾸며 현대적이고 중성적인 정체성을 구축했고, 주요 사진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사진 매체에 대한 감각을 키워나갔다. 1929년 파리로 건너간 뒤에는 만 레이(Man Ray), 조지 호이닝겐-휘네(George Hoyningen-Huene)와 함께 작업하며 사진가로서의 기반을 다졌고, 곧 자신의 스튜디오를 열어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 한지수
초현실주의와 낯선 감각의 발견
1930년대 초 파리 몽파르나스에서 활동하던 리 밀러는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흡수하며 자신만의 시각 언어를 발전시켰다. 반사, 재구성된 프레임, 기이한 병치와 극적인 명암은 그녀의 사진에 독특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특히 만 레이와의 협업 시기에는 솔라리제이션(solarisation, 사진을 현상 중 다시 빛에 노출시켜 명암을 부분적으로 반전시키는 기법) 등을 함께 실험하며 사진의 물성을 확장했다. 이후 카이로로 이주한 그녀는 중동과 유럽을 오가며 새로운 풍경과 문화 속에서 작업을 이어간다. 이집트의 사막과 유적, 모호한 형태와 환상적인 이미지들은 그녀의 사진 안에서 낯선 감각으로 재구성된다. 동시에 카이로의 지식인들과 교류하며 예술적·정치적 감각 역시 더욱 깊어진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은 시선
전시의 분위기는 제2차 세계대전 파트에 들어서며 급격히 무거워진다. 1939년 런던으로 돌아온 리 밀러는 《보그》의 핵심 사진가로 활동하며 전시 상황 속 패션 이미지를 제작했다.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초현실주의적 상상력을 활용해 독창적인 사진을 만들어냈지만, 한편으로는 전선에 직접 나가지 못하는 현실에 깊은 갈등을 느끼고 있었다. 1942년 미군 종군기자 자격을 얻은 이후, 그녀는 유럽 전역을 취재하며 전쟁의 참상을 기록한다. 런던 폭격, 해방 직후의 유럽, 그리고 부헨발트와 다하우 강제수용소까지, 그녀의 카메라는 시대의 가장 어두운 순간들을 응시했다. 특히 수용소에서 촬영한 사진들은 인간이 인간에게 가한 폭력의 현실을 증언하는 이미지로 남아 있다. 리 밀러는 피해자뿐 아니라 그 장면을 바라보는 미군과 독일인들까지 함께 프레임 안에 담아내며 전쟁의 책임과 목격의 문제를 동시에 드러낸다.
목격자로 남은 사진가
전시 초반에는 세련된 인물 사진과 우아한 패션 이미지가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관람이 이어질수록 리 밀러의 작업은 점차 인간과 역사에 대한 기록으로 확장된다. 특히 강제수용소를 담은 사진들은 당시 촬영 자체가 제한될 만큼 충격적인 현실을 담고 있었고, 전시는 그 무게를 정면으로 전달한다. 모델에서 출발해 초현실주의 예술가, 패션 사진가, 종군기자로 이어진 그녀의 삶은 단순한 경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리 밀러의 작업은 결국 아름다움을 기록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시대가 무너지는 순간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았던 한 인간의 태도를 보여준다.
전시 정보
●전시 기간: 2026년 4월 10일 – 8월 2일
●위치: Musée d’Art Moderne de Paris (11 Av. du Président Wilson, 75116 Paris)
●요금: 일반 17€/할인 15€ (18-26세)
●운영 시간: 10시 - 18시 (월 휴무)
<한지수 hanjisoo03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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