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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파리 기메 박물관, 유럽 최초 ‘신라 특별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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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05-26 02:21 조회 32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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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 국보급 유물 333점 공개

-기메 박물관 학예연구사가 말하는 ‘신라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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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메 박물관, '신라' 특별전에서 ©️현 경 기자 


파리 16구에 위치한 기메 박물관에서 ‘신라 1000년의 역사’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지난 5월 20일(현지시각) 개막한 이번 전시는 기메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Guimet Musée national des arts asiatiques)과 경주국립박물관이 공동 주최한 특별전으로, 유럽 최초로 신라 왕국(기원전 57년~서기 935년) 단독 전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신라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찬란했던 문명 가운데 하나다. 고고학적 발견과 중세 사료를 통해 재조명된 신라의 예술은 오늘날 한국 문화의 살아 있는 유산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약 천 년 동안 예술·영성·권력이 결합해 형성한 신라 문화의 정수를 조명한다. 신라의 태동부터 삼국 통일, 그리고 멸망에 이르는 천년의 역사를 총 333점의 방대한 유물을 통해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전시의 핵심은 단연 신라 황금 문화의 정수다. 1921년 발견되어 신라 금관의 존재를 처음 알린 국보 ‘금관총 금관 및 금제 관식’을 비롯해 금 허리띠, 경주 보문동 출토 금 귀걸이 등 섬세한 세공미가 돋보이는 유물들은 신라 특유의 화려한 미학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전시는 한국 중세 사료에 전해지는 신라의 신화적 기원에서부터 왕국의 몰락에 이르기까지 다섯 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이 다섯 개의 섹션은 크게 유형 유산을 통한 세속적 영광과, 그 안에 깃든 무형의 정신적 유산인 불교라는 두 축으로 전개된다. 

전시장 초입에서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기록된 신라 건국 신화가 대형 영상으로 펼쳐지며 관람객을 한국 남동부의 도시 경주, ‘풍경의 도시’의 기원 속으로 안내한다. 특히, 이번 전시의 가장 인상적인 지점 가운데 하나는 주요 유물을 관람 동선에 따라 일렬로 배치한 공간 구성이다. 각 전시실 중앙을 하나의 직선 통로로 연결하고, 그 축 위에 각 주제를 상징하는 대표 유물들을 배치함으로써 관람객은 마치 신라 천년의 역사 한가운데를 걸어가는 듯한 몰입감을 경험하게 된다.  

초입부에서는 신라의 신화적 기원을 다룬 애니메이션 영상과 함께 영토 확장 및 당나라와의 관계 등 당시 동아시아의 정치적 역학관계도 간략히 소개된다.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거대한 산 형태의 왕릉과 사찰 그리고 현대 도시 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문명의 흔적을 통해 경주가 역사, 유적, 자연이 공존하는 ‘유산의 도시’임을 보여준다. 그 중심 동선을 따라 배치된 대표 유물들은 신라의 정체성이 확립되고 번성하던 시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직선 동선의 중앙에 놓인 5세기 신라 금관은 단연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왕릉에서 출토된 옥 장신구와 정교한 보석류, 형상화된 토기들은 4세기부터 6세기 초까지 이어진 ‘마립간 시대’의 강력한 왕권과 뛰어난 기술력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철, 금, 은, 유리, 석재로 이루어진 신라의 유물 가운데서도 황금은 강화된 왕권을 상징하는 핵심 요소다. 동시에 이러한 유물들은 일본, 중국, 초원 지대, 중앙아시아, 지중해까지 이어졌던 교류 네트워크를 보여주며, 신라 왕국의 개방성과 국제성을 증명한다. 정치적 위신과 예술적 화려함이 결합하며 독창적인 시각 언어가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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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메 박물관, '신라' 특별전에서 ©️현 경 기자 


전시는 이후 남부 지역의 지배적 강국으로 자리 잡은 통일신라 시대(668~935)로 이어지며, 왕국의 정신적 기반이었던 불교 문화에 집중한다. 불교는 왕국과 영토를 수호하는 정신적 토대였으며, 과거 왕릉에 사용되던 귀중한 재료들은 이제 사찰과 탑, 사리함, 불상 등 성스러운 공간으로 옮겨진다. 마지막 공간에서는 일렬로 배치된 불교 유물의 정점에서 석굴암과 웅장한 본존불을 영상으로 재현한다. 이는 관람객의 여정에 깊은 명상적 여운을 남기며 전시의 대미를 장식한다.


유럽 최초로 신라를 조명한 최대 규모의 해외 전시

이번 전시는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개최되는 특별전으로, 유럽 최초의 신라 단독 전시이자 해외에서 열린 신라 관련 전시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한국 밖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다수의 국보급 유물을 포함해 국립경주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리움미술관 소장품과 더불어 콜레주 드 프랑스(Collège de France), 프랑스 국립도서관(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 그리고 기메 박물관(Musée Guimet) 소장품까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아르노 베르트랑(Arnaud Bertrand) 학예연구관은 “이처럼 많은 국보급 문화재를 한데 모아 소개하는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며 “신라를 주제로 한 전시는 전 세계적으로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약 10년 전 미국에서 신라 관련 전시가 열린 적은 있지만, 당시에는 황금 문화라는 특정 시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8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아르노 베르트랑(Arnaud Bertrand) 학예연구사 인터뷰 

"신라는 자연과 유물이 하나의 풍경으로 존재했던 문명"


-이번 전시의 정신을 가장 잘 정의하는 단어는 무엇인가?

‘할로(Halo, 후광, 헤일로)’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H-A-L-O’라고 쓰는데, 이는 영토를 보호하는 일종의 ‘보호의 아치(둥근 천장)’를 뜻한다. 고고학자로서 나의 의도는 유물과 주변 풍경(자연)을 다시 연결하고,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매우 일관된 전체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불교 이전의 샤머니즘과 애니미즘적 수행들은 언제나 공간을 보호해 왔고, 유물들은 이 공간과 긴밀하게 맞닿아(연결되어) 있다. 즉,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것과 항상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그래서 ‘할로’라는 단어가 전시 공간을 재구성하는데 매우 잘 맞아 떨어졌다고 본다.


-신라가 동아시아에서 특별하고 독창적인 존재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여러 방면에서 독특하지만, 문화적으로 볼 때 동아시아는 신라를 제외하고는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첫번째는, 동아시아의 교차로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은 신라와의 관계를 거치지 않고서는 선불교(Zen)나 다도 문화를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신라는 이전에는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교류와 무역의 중심 교차로에 늘 있었다. 과거에는 당나라나 중국에만 주목하곤 했지만, 이 한반도가 초원, 해양, 대륙 세계 간의 이동과 순환에 있어 필수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우리는 자주) 간과하곤 한다. 두번째는 독창적인 예술성(미학)을 꼽을 수 있다. 신라의 예술은 매우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정치적 의도나 현지의 목적에 맞게 신라만의 미감으로 재해석 되었다. 여기에는 언제나 ‘단순함’과 ‘우아함’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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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설명 중인 아르노 베르트랑 기메 빅물관 학예 연구사     ©️현 경 기자


다른 문명에서 볼 수 있는 ‘과시적인 화려함(Ostentation)’이 신라 예술에는 없다. 세번째로 한국 미학의 뿌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고려시대의 청자, 조선 시대의 백자로 이어지는 근세 이전 한국 미학의 형성으로 직접 연결된다. 여기서 말하는 단순함은 빈곤한 (나쁜 의미의) 단순함이 아니라, 재료에 대한 ‘겸손함’과 ‘순수함’을 뜻하며, 이를 매우 정교하고 풍부하게 다루어 낸다. 이러한 정신은 박서보, 이우환, 하종현 등 현재 한국의 현대 미술가들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들은 땅과 재료를 굉장히 깊이 있게 다루는데, 나는 그것이 결국 풍경 속에서 자연이 갖는 의미를 깊이 성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깊은 감동을 준 보물은 무엇인가?

첫 번째 섹션에 전시된 ‘새 모양 토기들’ 이다. 이 새 모양 유물들은 형태가 매우 독특하며, 고대 의례(rituel)의 흔적을 아주 생생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박물관이라는 공간에서 이 유물을 통해 과거를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기도 하다. 우리는 흔히 ‘화려한 황금의 나라’ 신라를 많이 이야기 한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황금만이 가장 고귀한 재료는 아니다. 초기 신라시대의 이 새 모양 유물들은 중국의 거대 서사 같은 먼 역사적 이야기가 아니라, 유물 그 자체가 들려주는 당시의 진짜 삶을 우리에게 제시해 주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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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경 기자 dongsimj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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