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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두 나라, 두 삶의 여정: 프랑스 소설가와 한국 화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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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05-12 03:40 조회 49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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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문화체육관광부 해외홍보원 코리아넷의 명예기자인 나탈리 피즈(Nathalie Fisz)씨가 korea.net 에 게재된 프랑스어 인터뷰 기사를 번역, 편집하여 게재했음을 알립니다.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 잉그리드 마리와 민준홍 공동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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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그리드 마리(좌)와 민준홍(우)                   ©Ingrid Marie et 민준홍


프랑스 여성 소설가와 한국 작가,  서로 다른 두 나라, 두 개의 삶의 궤적, 그리고 두 개의 예술적 여정이 있다. 프랑스 작가 잉그리드 마리(Ingrid Marie)는 빅토르 위고를 존경하며, 그의 작품 세계는 그녀의 글쓰기에 큰 영감을 주었다. 반면 한국 화가 민준홍은 도시 풍경의 다양한 모습을 탐구하며 이를 끊임없이 새롭게 재해석하고 있다.


잉그리드 마리와 민준홍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기란 언뜻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사람과의 만남과 관계가 지닌 신비로운 힘이 2023년 파리에서 두 사람을 이어 주었다. 서로 다른 두 예술적 길은 하나로 만나, 예술적·문화적 참조와 깊은 감정이 담긴 공동의 창작과 사유의 장을 열어 주었다.

이러한 여정 끝에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공동 전시「감정의 알레고리, 우리 감정의 메아리(Allégorie de l’émoi, l’écho de nos sentiments)」를 파리 3구에 위치한 갤러리 호앙 비리(Galerie Hohang Beli) 선보였다. 이 행사는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되었다. 


전시 준비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두 사람은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응했다.

베르사유 출신의 잉그리드 마리는 문학과 언어 전공 학위를 취득한 뒤, 파리에서 언론 및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다. 그녀는 2022년 소설『Tout peut changer aujourd’hui(오늘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를, 2024년에는『Quels mots me dirais-tu ?(당신은 내게 어떤 말을 건넬까요?)』를 출간했다. 두 작품의 표지는 모두 한국 화가 민준홍이 작업했다.


민준홍은 현재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독일, 한국,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해 왔다. 민준홍은 작품 속에 인물 형상과 상업 제품, 그리고 가상 풍경을 함께 배치한다. 그의 멀티미디어 작업은 조각난 신체, 익명의 인체, 다양한 사물들을 서로 이질적으로 병치시키며, 현실과 가상이 공존하는 모호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관람자는 작품 속 세계가 실제인지 가상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된다.


홍 리(Hong Lee)가 공동 기획한 잉그리드 마리와 민준홍의 전시는 언어와 이미지가 감정을 어떻게 형성하고, 번역하며, 때로는 그 감정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는지를 함께 탐구하는 작업이다. 잉그리드 마리와 민준홍은 회화, 드로잉, 콜라주, 그리고 짧은 글 조각들을 통해 여러 층위의 알레고리를 구축한다. 작품 속에서 짧은 서사와 시각적 모티프는 서로 호응하고, 때로는 충돌하며, 또 서로를 보완하면서 감정의 복합적인 결을 드러낸다.


-두 분은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되었나요?

잉그리드 마리: 2023년 7월,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전시를 관람했습니다. 여러 한국 작가들이 비디오 매핑 작품을 선보였는데, 그중 「In the Heart of the Wave」라는 작품이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특히 준홍의 작품「Realtime Purgatory」에서 등장한 얼굴 없는 인물들은 몸짓과 움직임만으로도 놀라울 정도로 강렬한 감정을 전달했고, 저는 거의 최면에 걸린 듯 작품에 몰입했습니다. 그 순간은 제게 일종의 계시와도 같았습니다. 그전까지는 주로 인상주의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현대미술과 도시 예술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게 되었죠.

깊은 감동을 받은 저는 준홍에게 직접 연락해 감사의 뜻을 전했고, 마침 집필 중이던 제 소설 『Quels mots me dirais-tu ?(당신은 내게 어떤 말을 건넬까요?)』의 표지 작업을 부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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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그리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감정의 알레고리: 두려움(Allegory of Emotion: Fear)」(좌)과 민준홍이 가장 아끼는 작품 「감정의 알레고리: 사색(Allegory of Emotion: Contemplation)」(우)  ©민준홍
 

-잉그리드, 한국에서의 경험은 어떠했나요?

2023년 저는 실제로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한국은 도착하는 순간부터 저를 매료시켰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서울과 부산을 여행했는데, 서울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전쟁기념관, 북촌한옥마을, 한강변, 명동 등을 방문했습니다. 부산에서는 준홍이 바쁜 일정 때문에 직접 동행하지는 못했지만, 세심하게 여행지를 추천해 주었습니다. 해동용궁사에서 떡볶이를 먹고, 해운대 해변에서 책을 읽고, 감천문화마을에서 어린 왕자를 만나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한국에서 저는 매우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베르사유 출신인 제게 역사와 전통, 현대성이 어우러진 모습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준홍, 파리에서 전시하게 되어 어떤가요?

저는 파리에서 정규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서울대학교 서양화과에서 학사(BFA)와 석사(MFA)를 마쳤고, 이후 Slade School of Fine Art에서 추가로 공부했습니다. 현재 런던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으며, 런던에서 파리는 두 시간 거리이기 때문에 중요한 전시나 행사가 있을 때마다 자주 방문합니다. 파리는 런던과 마찬가지로 풍부한 문화유산과 예술적 영감이 살아 숨 쉬는 도시입니다. 이번 Galerie Hohang Beli 전시를 통해 파리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고, 이 도시의 동시대 미술 현장을 가까이에서 경험하게 되어 매우 기대됩니다.


-잉그리드, 준홍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한국성’을 드러내고 있나요?

준홍은 전통과 현대를 자연스럽게 조화시키는 사람입니다. 작품 속 상징과 색채, 문화적 참조를 통해 한국에 대한 애정과 정체성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또한 그는 매우 예의 바르고 배려심이 깊으며,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가 인상적인 사람입니다.


-준홍, 잉그리드는 프랑스를 어떻게 대표한다고 생각하나요?

그녀는 농담처럼 “나는 프랑스인이니까 혁명이 DNA에 새겨져 있다”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말 속에는 진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잉그리드는 우아하고 겸손하며 꼼꼼한 사람이지만, 동시에 현 상태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강한 호기심과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가 말하는 ‘혁명’은 삶, 예술, 문화, 인간관계, 사랑 등 우리가 소중히 지켜야 할 모든 것을 포함합니다. 그녀를 통해 저는 현대 인문학과 예술, 철학을 형성해 온 프랑스 지성의 본질을 다시 발견하게 됩니다.


-서로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요?

잉그리드:런던의 Saatchi Gallery에서 처음 만난 순간부터 서로의 삶과 예술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음악도 자주 공유하는데, 준홍은 저에게 Clazziquai의 「She Is」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우리 둘 다 G-Dragon과 Rosé의 「Without You」를 좋아합니다.

민준홍: 우리는 런던의 Tate Modern, White Cube, 파리의 Galerie Perrotin, Marian Goodman Gallery 등을 함께 방문하며 예술과 세상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나눕니다. 그 과정은 늘 큰 즐거움입니다.


-준홍, 잉그리드에게 한국 문화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요?

저는 다른 문화를 접할 때 그 문화를 지나치게 이상화하거나 낭만화하는 태도를 경계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관광 명소를 넘어 한국인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과 삶의 현실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인간 감정과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잉그리드의 글쓰기에는 이러한 현실적인 경험이 큰 영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작가와 한국 화가가 함께 인간의 가장 보편적이고도 섬세한 주제인 감정을 탐구하는 프로젝트다. 감정은 우리 모두의 삶의 중심에 있으며, 때로는 이성을 압도하기도 한다.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가? 몇 가지 종류가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가?

두 작가는 회화와 텍스트를 통해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자 했다. 서로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존중하며, 예술적 동반자로서 배우고 성장해 왔다. 그리고 이 과정 자체가 곧 인간다움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나탈리 피즈  제공, 파리광장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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