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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파리에 살아야 할 몇 가지 이유] Ep.45 '결혼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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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05-04 22:57 조회 39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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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시 공식 설명에 따르면 시민 결혼식은 공개적으로 진행된다. 구청장이나 부구청장 같은 담당 공무원이 진행을 맡고, 두 명 이상 네 명 이하의 행정 증인이 필요하다. 예식은 약 20분 동안 진행되며, 민법 조항들을 낭독한 뒤 두 사람의 결혼 의사를 확인하고 혼인신고서에 서명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내가 증인으로 서게 된 동창 친구는 15구에 살고 있었고, 결혼식은 15구청에서 열렸다. 우리는 오래된 구청 건물 중앙의 높은 유리문을 통해 들어가, 돌계단과 단철 난간을 따라 위층 층계참까지, 짧은 예식 시간을 끌기 위해 어기적대며 걸어 올라갔다. 벽에 붙은 두 개의 큰 벽기둥과 이중 박공 아래 예식장 입구가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목재 패널 장식과 격자형 천장, 높은 벽난로가 보였다. 프랑스어 foyer에는 벽난로와 가정이라는 뜻이 함께 있다. 벽에는 배를 타고 귀항하는 남자들, 그리고 아이와 염소를 데리고 나온 육지의 여성들 같은 가족에 관한 우화들이 그려져 있었다. 작고 엄숙했지만 분명 사랑스러운 공간이었다. 안으로 들어선 뒤 남은 절차는 너무나도 간단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네(oui)”라고 한 번씩 대답하고 증인들과 함께 서류에 서명하면 그뿐이었다.


국가는 두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부구청장이 또박또박 읽어 내려간 민법 조항들은 다음과 같았다. 부부간의 존중과 충실, 부양과 공동생활의 의무, 가정의 도덕적·물질적 방향, 그리고 부모의 권한은 아이의 이익을 위해, 신체적 또는 심리적 폭력 없이 행사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식이 끝나는 순간부터 곧바로 효력을 갖는 계약상의 책무들을 건조하게 나열한 이 법적 문장들은, 두 사람이 방금 동의한 결혼이 결코 가벼운 약속이 아니라는 사실을 조용히 환기했다. 지난 몇십 년 동안 결혼이라는 제도는 점점 더 사적이고 친밀한 것으로 변해 왔지만, 사랑의 관계 안에서 결혼이 차지하는 자리는 계속해서 작아져 왔다. 스몰 웨딩과 마이크로 웨딩을 넘어, 최근에는 ‘엘로프먼트 예식’도 자주 보인다. 이는 결혼식이라는 사회적 행사에서 벗어나, 단둘이서 혹은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함께 치르는, 결혼으로부터의 도피이면서 동시에 결혼을 위한 도피다. 결혼 예식은 이제 하나의 행사에 불과하거나 단지 가능한 선택지일 뿐이다. 많은 경우 그것은 이미 함께 살아온 삶을 뒤늦게 기념하는 의식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여전히 결혼을 믿지만 결혼이 사랑을 증명한다고 믿지는 않는 듯하다. 단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유족연금(배우자 연금)은 여전히 결혼 관계 안에서만 인정된다는 사실이다!


결혼은 방대한 주제다. 우리의 삶은 어쩌면 결혼의 결과들로 가득 차 있다.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오래된 집과 함께 상속된 기억들처럼. 결혼 이야기, 그러니까 두 사람의 이야기가 하나로 말해지는 일은 부부의 감정과 대화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감정들은 언제나 사회적, 경제적, 제도적 조건 위에 놓여 있고, 사랑은 필연적으로 협상과 분배의 문제를 포함한다. 그래서 가장 진실하고 찬란한 사랑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어느 순간 파국에 이르기도 한다. 파리에서 이루어진 결혼의 절반은 5년이 되기 전에 해체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혼이 곧 사랑의 붕괴를 뜻하지 않으며 결혼이 무너진 뒤에도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에 동의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자신만의 결혼 서약을 쓰는 많은 신부와 신랑들은 그 결혼이 무엇을 걸고 있는지를 스스로 발명해야 할 것이다. 결혼에는 이성이나 손쉬운 설명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어떤 불가사의한 면이 있다. 결혼의 제도적 필요성이 약해질수록, 어쩐지 결혼은 더 상징적인 선택이 된다. 스무 명 남짓의 하객만으로도 가득 찬 15구청의 아담한 혼인 예식 방을 빠져나오며, 나는 장 콕토가 유명하게 만든 피에르 르베르디의 말을 떠올렸다.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의 증거만 있을 뿐이다.”

           

            

<윤영섭 0718sam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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