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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종암의 한국 명시 산책] 김기택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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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05-04 22:55 조회 28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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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김기택

바람 속에 아직도 차가운 발톱이 남아 있는 3월.

양지쪽에 누워 있던 고양이가 네 발을 모두 땅에 대고 

햇볕에 살짝 녹은 몸을 쭉 늘여 기지개를 한다. 

한껏 앞으로 뻗은 앞다리.

앞다리를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뒷다리.

그 사이에서 활처럼 땅을 향해 가늘게 휘어지는 허리.

고양이 부드러운 등을 핥으며 순해지는 바람.

새순 돋는 가지를 활짝 벌리고 

바람에 가파르게 휘어지며 우두둑우두둑 늘어나는 나무들. 


-김기택 시집『껌』(창비,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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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미당문학상과 현대문학상이라는 큰 문학상을 연거푸 수상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김기택 시인의 다섯째 시집『껌』이 상재되었다. 그 제목도 참 특이하다. 김기택 시인이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전업 시인으로 나선 후 쓴 시편들로 채워졌다는 시집『껌』에서나는「봄」이라는 시를 읽는다. 꽃샘추위의 3월을 “바람 속에 아직도 차가운 발톱이 남아 있는” 형상으로 그려내는 김기택 시인. 그는 우리 시단에 세밀 묘사의 달인(達人)으로 알려져 있다. 3월의 이른 ‘봄(春)’을 “양지쪽에 누워 있던 고양이가” “몸을 쭉 늘여 기지개를” ​켜는 형국으로 그려내는데, 앞다리와 뒷다리 그리고 허리로 이어지는 고양이의 세밀 묘사는 구체적이고도 적확하다. 그리고 고양이 등 위의 순한 바람은 또 어떠한가. 이러한 생생한 묘사로 봄볕 아래 기지개를 쭉 켜고 있는 고양이 모습과 “우두둑우두둑 늘어나는 나무들”이 실제 시를 읽는 독자의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풍경을 그려내는 것을 넘어 실제의 환시(幻視)에 빠지도록 만드는 것이 살아 있는 묘사, 힘 있는 묘사다. 김기택 시인의「봄」이라는 시를 통해 나는 ‘봄’을 다시 보고 봄날 꽃들의 잔치 속으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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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종암(mulgasarang@hanmail.net) 

1999년 동인지《푸른시99》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시집으로《물이 살다 간 자리》로 등단. 발간한 시집은《저, 쉼표들》,《몸꽃》,《꽃과 별과 총》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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