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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10년 전 파리를 들썩인 미식 사기 사건, 방송 다큐로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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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03-10 02:43 조회 42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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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식당 관련 내용도 포함

올초 Canal+에서  « 파리의 사기꾼-거짓과 미식의 세계(L'arnaqueur de Paris, mensonges & gastronomie» 다큐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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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NAL+


지난 1월 프랑스 방송사 까날 플뤼스(Canal+)는 10여 년 전 파리에서 발생한 미식 관련 사기 사건을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사건 과정에서 한국 식당이 언급되기도 한다. 관련 인물은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형을 선고받았다.


2014년, 사업가 세드릭 노동(Cédric Naudon)은 파리의 한 구역을 ‘맛있고 아름다운 것들의 마을’로 탈바꿈시키겠다는 프로젝트로 파리를 열광시켰다.

백만장자, 어쩌면 억만장자라는 소문이 도는 무명의 인물 세드릭 노동은 파리 중심부, 다소 한적한 3구(마레 지구)의 거리들 한가운데에 완전히 새로운 구역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곳은 오직 ‘미식’을 위해 존재하는, 전적으로 미식에 바쳐진 하나의 구역이 될 예정이었다. 


약 30곳에 달하는 레스토랑과 상점들(생선가게, 식료품점, 치즈 가게, 정육점 등)은 물론, 실내 시장과 영화관, 미술관까지 들어설 예정이었다. 이 공간들은 캄파나 형제, 하이메 아욘, 톰 딕슨, 파올라 나보네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설계하게 되어 있었다. 이 지역은 프랑스 최고의 생산자들로부터 직거래로 식재료를 공급받을 계획이었다. 퍼머컬처(자연의 생태계를 그대로 활용해 농사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와 농림복합경영, 지속가능성에 열정을 가진 책임감 있는 농부와 축산업자들이 그 주체였다.


라 죈 뤼(la jeune rue) 프로젝트의 탄생

당시 분위기는 뜨거웠다. 프랑스 언론들은 앞을 다투어 이 프로젝트를 알렸다. 프랑스 셰프들, 생산자들, 디자이너들, 기자들, 정치인들, 심지어 은행가들까지 모두가 들떠 있었다. 세드릭 노동은 약 100명의 직원을 자신의 회사에 합류시켰다.

세드릭 노동의 프로젝트에 홍보를 담당한 프랑스 작가 폴-앙리 비종(Paul-Henri Bizon) 은 어느 날 저녁  아폴리네르의 시집『알코올(Alcools)』을 넘기다가 “라 죈 뤼(la jeune rue)”라는 표현을 발견한다. ‘젊은 거리’라는 뜻을 가진 그 말이 아름다워 세드릭 노동이 꿈꾸는 이상에 완벽하게 어울린다고 느껴 이 이름을 제안했다. 

                                  

캐나다에서 부동산 사업으로, 그리고 미국에서는 금융 분야에서 재산을 모은 것으로 알려진 한 사업가가 마침내 자신의 기상천외한 계획을 언론에 상세히  공개했다.  2014년 1월 13일, 기자회견에서 세드릭 노동은 이 이름을 공식 채택하며 자신의 “인본주의적 꿈, 즉 도시인들에게 정당한 가격으로 더 나은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발표했다. 폴-앙리 비종은 이것이 “도시와 농촌을 다시 잇는 연결고리의 재창조”라고 믿으며 전적으로 헌신한다

언론 인터뷰에서 세드릭 노동은 따뜻하고, 미소 띤 얼굴에 재치 있고, 언제나 완벽한 차림으로 등장한다. 그를 만났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 “그는 우리에게 꿈을 꾸게 했어요.” 그의 카리스마와 확신에 찬 비전은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여 수백 명의 열정적인 사람들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데 성공했다.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실크 스카프에 스포츠카를 몰던 이 사업가는 이미 신뢰를 쌓은 상태였다. 이 사업가는 은행들과 여러 선출직 정치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기에, 누구도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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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25일자 프랑스 시사주간지, l'Express 화면 캡쳐


미식과 디자인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열광했다.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 이달고와 나탈리 코지우스코-모리제까지 이 프로젝트를 치켜세웠다. 유명한 프랑스 산업·제품 디자이너 필립 스탁은 세드릭 노동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영국 디자이너 톰 딕슨은 런던 방문 중 자신이 소식에서 제외된 것에 섭섭해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셰프 알랭 뒤카스는 그를 파리 중심부에 있는 5성급 호텔, 르 뫼리스(Le Meurice)로 초대했다.


 ‘6천만 유로 규모의 미식 사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것도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다. 공사는 지연됐고, 개장은 계속 미뤄졌다. 무언가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2014년 8월,「M 르 마가진 뒤 몽드(M le Magazine du Monde)」는 세드릭 노동에 대한 장문의 탐사 기사를 게재했다 : 백만장자 인도주의자라기보다는 소규모 사기꾼에 가까운 그의 이력은 불안감을 자아냈다. 사건은 거대한 사기 냄새를 풍겼다. 그해 가을,「M」에 실린 두 번째 기사에서는 애초에 자금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은행들은 이미 프로젝트에서 손을 뗀 상태였다.


라 죈 뤼 프로젝트의 한국 식당, '이바지'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식당 중 하나가 한국 식당, 이바지(Ibaji)였다. “한국 요리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은 레스토랑’으로 알려졌으나 머지않아 문을 닫게 되었다.  


‘플라톤의 동굴’ 에 비유

의심은 커졌고, 직원들은 무력감을 느꼈다. 매력적인 사업가였던 그는 분노에 찬 인물로 변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카드로 쌓은 성은 무너졌고, 프로젝트는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그는 훗날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인정했다: “우리가 너무 크게 벌였던 건 맞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열광했기에 그만큼 과열됐죠. 레스토랑 하나 여는 데도 엄청난 에너지가 듭니다. 매일 배우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라 죈 뤼’의 간판은 내려졌고, 동네는 다시 예전의 쓸쓸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감독은 이 사건을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 비유한다. 동굴 속에 묶인 사람들이 벽에 비친 그림자를 현실로 믿는 이야기처럼, 베를루티 구두, 애스턴 마틴, 방돔 광장의 사무실 등, 부의 상징들은 너무도 설득력 있었고, 누구나 속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2021년 5월, 세드릭 노동은 사기, 사기 미수, 파산 범죄, 회사 자산 횡령 혐의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게 된다.


까날 플뤼스 다큐가 방영되자 프랑스 시사 주간지 르 포앵(Le Point)은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서 ‘한 가까운 측근이 인터넷에서 그에 관한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는 이유를 묻자, 그는 자신이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것은 바로 ‘신중함’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버클리에서 공부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졸업생 명단 어디에서도 그의 이름은 발견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주립대에 다녔다는 말도 있었지만, 눈에 띄는 흔적은 없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근무 경력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고 르 포앵은 전했다.


후회하지 않는 사람들

다큐 제작진은 세드릭 노동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파리와 피렌체에서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뿐이다. 그러나 진짜 놀라운 점은 이 이야기를 증언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 실패했고, 사기였지만 그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그 1년 동안 그들은 최고의 생산자와 셰프, 장인들을 만났고, 평생 경험하지 못했을 세계를 접했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 경험이 새로운 직업적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고 한다. 실망은 남았지만, 좋은 기억 또한 지워지지 않았다.


2024년 12월 르몽드(Le Monde)는 "누벨 에쿠트(Nouvelles Écoutes)”의 ‘라 죈 뤼(La Jeune Rue)’: 미식 애호가들, 천재적인 아이디어, 그리고 베르트부아 거리의 사기꾼"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프로젝트 홍보를 담당했던 인물이 전하는 실패의 기록’이라는 팟캐스트를 전하며, "수백 명에 이르는 피해자들 가운데 여러 인물들이 이 팟캐스트에서 이 ‘추락’에 대해 되짚어 보며, 자신들이 무엇을 보지 못했는지, 혹은 보지 않으려 했는지 자문한다"고 했다. 

                              

<파리광장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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