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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파리아줌마 단상] Procol Harum의 ‘A Whiter Shade of Pale’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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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03-10 00:48 조회 5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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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밤이었을 것이다. 작업 중에 틀어놓은 유튜브 채널에서 너무 익숙한 곡이 흘러나온다. 제목이 길고 좀 어렵다. Procol Harum의〈A Whiter Shade of Pale〉.  자주 들어왔던 곡인데 이제 제목을 알았다. 첫 부분의 오르간 선율이 참 좋다. 

밤에 들어서일까? 이 곡을 듣는데 아련하게 과거의 기억들이 되살아 나는 듯했다. 젊은 날, 한국의 어딘가에서 이 곡을 듣고는 했었나 보다. 그 시절이 막연한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이 곡과 밤의 정적이 나의 감정을 한순간 다른 시공간으로 옮겨놓는다. 


이 노래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1967년 발표된 <A Whiter Shade of Pale>은 팝 음악 역사에서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노래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이 곡을 만든 영국 밴드 Procol Harum은 데뷔와 동시에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지만, 정작 이 노래는 지금까지도 “무슨 이야기인가”라는 질문에 단 하나의 답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한다. 제목부터 그렇다고 하는데, <A Whiter Shade of Pale>은 문법적으로도 어색하다. 이미 창백한 상태를 뜻하는 pale 앞에, 다시 whiter를 붙였다. 이 표현은 색의 문제가 아니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상태를 가리킨다. 사랑이 끝났는지조차 분명하지 않은 순간, 술기운과 감정이 뒤섞여 얼굴에서 피가 빠져나간 듯한 그 찰나를 붙잡은 말이다.


이 곡의 가사는 술자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사람들이 취해 갈수록 말은 흐트러지고, 감정은 넘치지만 정작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는 명확하지 않는 장면. 노래 속 화자는 중요한 대화를 나눴던 것 같지만, 무엇이 결정적이었는지는 끝내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노래는 이별의 노래이면서도, 이별을 선언하지 않는다고…


음악 역시 그 모호함을 강화한다. 당대 젊은 세대에게 이 음악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고, 현실에서 한 발 비켜선 듯한 느낌을 주었다. 1960년대 말, 전쟁과 사회 변화 속에서 많은 이들이 느끼던 불안과 몽롱함이 이 곡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작곡자와 작사가 모두 이 노래에 대한 ‘정답 해석’을 거부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이 곡이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를 바랐다. 


세월이 흐른 지금, 이 노래는 더 이상 젊은 시절에 스쳐 들었던 곡으로만 남아 있지 않다. 어느 밤 문득 이 노래를 다시 들으며, 나는 오래전 지나간 시간들을 떠올린다. 그 멜로디는 잊고 지냈던 기억들을 조용히 불러낸다. 이 노래가 오래도록 사람들 마음속에 머무는 이유는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래서인지 그 선율은 마치 끝나지 않은 이야기처럼, 세월을 건너와 다시 마음속에서 잔잔히 흐른다.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 된 곡

이 곡에 대해 찾아보다가 눈에 띄는 댓글이 있었다. 모호함을 강조한 이 노래에 맞지 않게 마음 따뜻해지는 글이었다. 이렇듯 이 곡은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 된 것 같다: 


할머니는 16살 생일에 할아버지를 만났어요. 이 노래에 맞춰 할아버지와 함께 슬로우 댄스를 추셨죠. 두 분은 사랑에 빠져 몇 년 후 결혼하셨어요. 결혼식 축가도 이 곡이었고요.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이 음악을 틀었어요. 2018년, 할머니는 할아버지 곁에서 밤에 돌아가셨어요. 장례식에서 이 음악을 틀었죠. 할아버지는 외로울 때 이 음악을 자주 들으셨어요.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시던 날인 2024년 12월 24일에 돌아가셨어요. 장례식에서 관이 내려질 때 마지막으로 이 음악을 틀었는데, 마치 천국에서 두 분이 재회하는 것 같았어요. 이 음악은 두 분의 사랑을 상징하는 것이었어요. 두 분이 사랑에 빠지게 된 것도 슬로우 댄스 덕분이었죠. 이 음악을 들을 때마다 두 분이 생각나요. 두 분이 너무 그립습니다. 천국에서 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계시길 바라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잘 챙기며 지내세요.                                      

                                    

<파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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