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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종암의 한국 명시 산책] 문태준 <이제 오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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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03-03 02:33 조회 40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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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오느냐


                                                                                                       -문태준


화분에 매화꽃이 올 적에

그걸 맞느라 밤새 조마조마하다

나는 한 말을 내어 놓는다

이제 오느냐,

아이가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올 적에

나는 또 한 말을 내어 놓는다

이제 오느냐,


말할수록 맨발 바람으로 멀리 나아가는 말

얼금얼금 엮었으나 울이 깊은 구럭 같은 말


뜨거운 송아지를 여남은 마리쯤 받아낸 내 아버지에게 배냇적부터 배운


                                                                   -문태준 시집『그늘의 발달』(문학과지성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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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시인은 말한다. 매화꽃은 ‘피는 것’이 아니라 내게로 ‘오는 것’이다, 라고. 그래서 집 안 화분에 매화꽃이 오늘 걸 밤새 조마조마해 하면서 시인이 문득 내놓은 말이 “이제 오느냐,”이다. 원래 “이제 오느냐,”라는 말은 시인이 “아버지에게 배냇적부터 배운” 말이다. 그가 어렸을 적 아버지한테 수도 없이 들었던 “이제 오느냐,”라는 말을 지금 매화꽃에게도, 아비가 되어 자신의 아들에게도 똑 같이 내어놓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제 오느냐, 라는 이 말이 얼마나 뜨겁고 깊은 말인지 깨닫는다. 그래서 이것은 “말할수록 맨발 바람으로 멀리 나아가는 말/얼금얼금 엮었으나 울이 깊은 구럭 같은 말”이라고 한다. 아버지한테 듣고 배운 말 한 마디로 이렇게 뜨겁고도 깊은 서정시를 써내는 문태준 시인의 장인적 솜씨가 놀랍다. 짧은 이 시의 얼개도 촘촘하고 튼실하게 잘 짜여 있다. 이제 오느냐, 라는 말이 구체적으로 사용된 1연과 그 말의 의미를 나타낸 2연, 마지막으로 그 말의 기원을 밝히고 있는 3연의 유기적 결합이 서정의 물살을 세차게 뿜어내고 있다. 시를 몇 번 거듭해서 읽자니 오래 전에 돌아가신 내 아버지의 굵고 깊은 음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아, 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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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종암(mulgasarang@hanmail.net) 

1999년 동인지《푸른시99》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시집으로《물이 살다 간 자리》로 등단. 발간한 시집은《저, 쉼표들》,《몸꽃》,《꽃과 별과 총》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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