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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메박물관, 조선 ‘책거리’의 세계를 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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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09-08 01:22 조회 8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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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시대부터 20세기까지 책거리의 예술세계 소개

-‘은둔의 왕국’ 넘어 세계와 교류한 조선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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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1392~1910) 6폭 병풍(부분). 이우환 전 소장품. 기메박물관 소장 © Musée Guimet 


파리 기메박물관(Musée Guimet)이 오는 9월 16일부터 2027년 1월 4일까지 한국의 책거리(冊巨里)를 집중 조명하는 특별전 《Le savoir en trompe-l’œil. Corée, 18e-20e siècle(눈속임 속의 지식, 한국 18~20세기)》을 개최한다. 책과 각종 기물을 실제 책장에 놓아둔 듯 표현한 조선의 독특한 회화를 통해 당시의 지식문화와 외부 세계와의 교류를 살펴보는 전시다. 


책거리는 조선 후기 책을 중심으로 도자기와 청동기, 붓과 벼루 같은 문방구, 꽃과 과일, 각종 장식품 등을 함께 그린 정물화의 한 장르다. 이 가운데 책장 안에 책과 기물을 배치한 그림은 ‘책가도(冊架圖)’라고 불린다. 이번 전시는 책거리를 단순한 장식화나 민화로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 18세기 조선의 학문과 지식에 대한 열망, 그리고 동서양 문화가 만나는 과정에서 탄생한 회화라는 점에 주목한다.


책거리의 출발에는 조선 제22대 왕 정조(재위 1776~1800)가 있었다. 학문과 독서를 중시했던 정조는 책장이 그려진 그림을 통해 자신이 항상 책에 둘러싸여 있는 듯한 효과를 얻고자 했다. 이에 왕실 화원들에게 눈속임 기법을 활용한 책장 그림을 제작하도록 했으며, 작품은 왕의 서재뿐 아니라 어좌 뒤에도 설치됐다. 당시 책은 지식뿐 아니라 덕성과 호기심, 학문적 대화를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동서양 문화의 만남에서 탄생한 ‘책거리’

책거리의 발전 과정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조선과 외부 세계의 활발한 교류다. 베이징을 방문한 조선 사절단은 청나라의 진귀한 물건을 수집하고 진열하는 문화를 접했다. 동시에 유럽 예술가와 예수회 선교사들을 통해 청나라 궁정과 베이징에 전해진 서양식 원근법과 눈속임 기법도 경험했다. 기메박물관은 이러한 중국의 학문적 수집문화와 유럽의 눈속임 기법이 조선 화가들의 창의성과 결합하면서 한국 특유의 책거리 양식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한다. 

왕실에서 시작된 책거리는 곧 궁궐을 넘어 양반가와 지방의 가정으로 확산됐다. 그림 속에는 책과 문방구뿐 아니라 도자기와 옛 청동기를 본뜬 기물, 중국과 일본, 서양에서 들어온 물건들이 함께 등장한다.

그러나 그림 속 물건들은 실제 소장품을 그대로 기록한 것만은 아니었다. 박물관은 이를 사람들이 언젠가 소유하고 싶어 했던 물건을 모아 놓은 일종의 ‘욕망의 진열장(cabinet des désirs)’으로 설명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책의 학문적 의미는 점차 장식적인 요소로 변화하고, 원근법이 자유롭게 변형되거나 형태가 뒤틀리고 환상적인 동물까지 등장하면서 책거리는 현실의 서재를 넘어 꿈과 상상의 세계로 확장됐다. 


‘은둔의 왕국’이 아닌 세계와 교류한 조선

이번 전시는 기메박물관에서 책거리 회화의 중요성을 본격적으로 조명하는 첫 전시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책거리를 민속적이거나 장식적인 그림으로만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예수회 미술과 한국 회화의 관계, 청나라 궁정을 오갔던 조선 사절단의 역할 등을 통해 작품 탄생의 국제적인 배경을 보여준다. 특히 18세기에 제작된 길이 5m 이상의 두루마리 그림이 처음 공개되며, 루브르박물관과 싱가포르 아시아문명박물관 소장 작품도 함께 선보여 서양의 원근법이 동아시아에 전해지고 새로운 방식으로 변용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기메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조선이 외부와 단절된 이른바 ‘은둔의 왕국’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에 호기심을 갖고 세계와 끊임없이 교류했던 나라였다는 점도 강조한다. 책과 물건이 가득한 한 폭의 책거리 속에서 조선의 학문적 이상뿐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바라보았던 더 넓은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전시다. 전시는 9월 16일부터 2027년 1월 4일까지 파리 16구 기메박물관에서 열린다.

                              

                               

 <파리광장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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